◎당권파 ‘입지 강화’ 비당권파 ‘일단 주춤’/경선대신 공천권 등 배분 협상나설듯비당권파로 분류되는 한나라당 서울지역의 S의원은 3일 아침 상당히 들떠 있었다. 『이제 우리도 뭐 좀 해야죠. 당분간 총재 조기경선 논란 등 당내 문제로 인한 갈등은 접어두고 지금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때입니다. 6월 지방선거는 진짜 해볼만할 것입니다』
실제 조순(趙淳) 총재 이한동(李漢東) 대표 서청원(徐淸源) 사무총장 등 당권파는 이날 영남권 4곳의 재보선 승리를 만끽했다. 주요당직자회의 등에선 웃음이 만발했고 여권의 오만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어느때보다 높았다. 여세를 몰아 조총재는 기자회견을 통해 『10일 전당대회를 위한 실무작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지도체제에 관해서는 지금 의견을 접근시키는 과정에 있으며 전대이전에 무난히 합의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당권파의 이같은 여유는 S의원같은 비당권파 계열의 적잖은 인사들이 『무조건 총재경선만을 주장해 파열음을 내기보다 다른 원만한 방법을 찾아보자』는 기류로 선회한 것에서 비롯됐다. 선거 완승으로 입지가 상대적으로 강화된 만큼 비당권파가 극단적 방법을 쓰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도 깔려있는듯 했다.
하지만 비당권파를 주도하는 이회창(李會昌) 명예총재와 김윤환(金潤煥) 고문은 보선승리가 당권파의 공(功)으로 부각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상황이 바뀐 것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고문의 한 측근은 『이번 선거는 오히려 TK를 중심으로 한 영남권이 당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해 줬을 뿐』이라며 『현 지도부는 지역적 기반도, 당내 다수세력의 지지도 없는 이상 4·10 전당대회에서 교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6월 지방선거도 결국은 지역대결로 전개될 것인 만큼 호남과 충청권을 포위할 수 있는 영남권(김윤환)과 수도권(이회창)인사가 당을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이다. 이와관련, 비당권파는 4일 의원총회에서 당 실세화(實勢化)의 당위성을 강화하는 압박작전을 펼 계획이다.
하지만 당분위기가 선거전과 확실히 달라져 비당권파는 크게 곤혹스러워하는 눈치이다. 특히 당내 4선이상 중진들이 『총재경선 전당대회를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하되 차기 전대까지 중요당무는 모든 계파와 협의해서 결정』하는 방식의 절충안을 양측에 제시한 것도 부담이다. 따라서 현재의 분위기상 양쪽은 지방선거후 특정시점으로 총재경선을 미루는 대신, 당헌 일부 개정, 세력을 반영한 당직의 분배, 공천권의 적정 배분, 국회상임위원장의 할당 등의 「실리문제」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이유식 기자>이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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