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시대에도 여전히 문화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우선 문화·예술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을 띠고 있어 국가가 시장개입을 통해 자원배분을 조정해야 한다. 공공재란 사유재와 달리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사회구성원 누구나 동일하게 누릴 수 있는 재화이다. 개인이나 기업은 굳이 투자하지 않아도 받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해 무임승차를 하려고 하기 때문에 공공재의 경우 국가가 시장에 개입, 조정하고 배분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문화에 대한 지원에는 많은 반대들이 있다. 특히 요즘처럼 대기업들조차 부도·도산하고 있는 현실에서는 반대 의견이 더욱 힘을 얻는다. 직접적으로 고용을 창출하고 이윤을 낼 수 있는 분야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오늘의 현실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추구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 왜냐하면 「경제가 중요하다」는 주장은 지난 세대를 거치면서 줄기차게 들어왔던 것이고, 바로 이러한 사고방식이 오늘날 이러한 상황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사회변화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발전과 성숙을 구분해야 한다. 발전이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춘 개념이라면, 성숙은 문화적 수준과 관련이 있다. 이런 구분에 따라 IMF 체제는 우리 사회의 미성숙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난국을 거품이 제거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견해의 연장선상에 있다. 자유의 정신은 삶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출발하고 성찰이야말로 문화의 기저를 이루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문화적 성숙과 사회의 발전을 구분함으로써 사회의 성숙한 발전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정신, 곧 창조의 정신이 숨쉴 수 있는 공간을 폐쇄해왔다.
경제적 효율성이 중심인 사회에서 그와 다른 사회적 가치들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그러한 가능성을 성숙한 문화로 끌어올리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나 그것이 없으면 경제적 발전 또한 사상누각(沙上樓閣)임은 자명하다. 우리가 공공재정을 통해 문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한국문화정책개발원 연구원>한국문화정책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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