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순수창작물 ‘남자충동’에.번역작품 2편 열띤 경합/영화액션·멜로 등 장르 다양.시한부 삶 다룬作 많아/TV4편 모두 주제의식 뚜렷.아름다운 영상도 호평올해로 34회를 맞는 백상예술대상은 우리 대중문화예술을 현재로 이끈 선도자임을 자부해왔다. 백상예술대상이 그동안 길어올린 수많은 대중문화인들은 지금 우리의 호흡과도 같은 문화환경을 일구고 있는 주역들이다. 6일(월) 오후 3시 한국일보社 12층 강당에서 열리는 시상식을 앞두고 관심이 집중되는 각 부문(연극 영화 방송)의 작품상 후보를 분석한다.<편집자주>편집자주>
●연극부문
연극부문 작품상에는 세 편의 연극이 후보로 올랐다. 환 퍼포먼스(대표 송승환)의 「남자충동」 극단 유(대표 유인촌)의 「홀스또메르」 국립극단(단장 정상철)의 「파우스트」. 지난해 열린 세계연극제가 70∼80년대 대표작 앙코르공연으로 꾸며지는 바람에 신작이 유난히 적은 가운데 비교적 안정적인 제작능력을 갖춘 세 극단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남자충동」은 순수 창작물이며 「홀스또메르」와 「파우스트」는 각각 톨스토이, 괴테의 작품이다.
첫 연출을 겸한 극작가 조광화, 환 퍼포먼스의 자본이 결합한 「남자충동」은 97년 최고의 화제작이다. 목포의 조직폭력배를 주인공으로 삼아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의 억압, 즉 사회가 충동질하는 폭력본능을 다룬 작품이다. 전남 화순 출신의 조광화는 목포 사투리를 이용, 대사 중심의 연극을 만들었다. 안석환 정진각 황정민 이유정 등의 연기앙상블도 뛰어났다. 다만 폭력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왜색이 짙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홀스또메르」는 러시아의 장터연극으로 공연되어 온 작품이다. 잘 달리는 얼룩말(홀스또메르)과 그 주인인 공작의 삶을 병치시켜 인생의 부침과 소유의 덧없음이라는 주제를 담았다. 홀스또메르 역할의 유인촌과 공작 역할의 송영창의 연기가 단연 눈길을 끌었다. 번역작품으로서 이질감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 것이 흠. 이병훈 연출.
「파우스트」는 원로배우 장민호 연기 50주년 기념공연으로 올려져 장민호(파우스트 역)와 신구(메피스토펠레스 역)가 불꽃튀는 열연을 보였다. 파우스트 나이에 걸맞는 칠순의 배우부터 20대 초반의 젊은 연수단원까지 50여명의 배우들이 출연한 대작이다. 연출을 맡은 이윤택은 현대적으로 작품을 각색했으며 역동적인 무대가 눈길을 끌었다.<김희원 기자>김희원>
●영화부문
다양한 장르의 네 편이 후보에 올랐다. 액션스릴러 「블랙잭」(감독 정지영), 잔잔한 러브스토리 「8월의 크리스마스」(허진호), 최루성 멜로영화 「편지」(이정국), 시한부 인생을 다룬 드라마 「아버지」(장길수) 등이다.
중견 정지영감독과 터프가이 최민수, 월드스타 강수연이 호흡을 맞춘 「블랙잭」은 반전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영화. 형사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어둠의 세계에 한쪽 발을 디디고 있는 남자와 자유와 욕망을 위해 현재에서 탈출한 여자의 사랑과 모험 그리고 배신 이야기이다. 거침없이 인생을 바꿔버리는 두사람의 모습을 통해 일탈된 우리 사회의 단면과 혼돈된 가치관을 표현했다.
서울에서만 40만여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8월…」은 파스텔톤의 영상과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 침착한 이야기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는 한석규와 영화에 데뷔하는 심은하가 출연했다. 변두리 사진관을 운영하는 사진사와 불법주차단속원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렸다. 슬픈 이야기지만 눈물을 내면으로 삼키게 만든 감독의 역량이 박수를 받았다.
「편지」는 영화의 오랜 화두인 「눈물」에 초점을 맞췄다. 불치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남편이 살아 있는 아내에게 편지를 보내는 이야기. 박신양과 최진실의 눈물연기가 객석을 훌쩍거리게 했다. 광릉수목원에서 촬영한 무공해영상과 분위기를 이끄는 음악이 조화를 이룬다. 서울에서만 70만여명이 관람했다.
「아버지」는 소설가 김정현씨의 베스트셀러를 각색했다. 췌장암선고를 받은 50대의 중년남자가 마지막 5개월을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사실을 모르는 가족과의 갈등, 젊은 여인을 만나면서 느끼는 순간의 위안등 아버지세대가 함께 겪는 슬픈 자화상을 그렸다. 박근형 장미희가 주연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TV부문
TV부문 작품상에는 모두 네 편의 드라마가 후보작으로 올랐다. 지난해 11월 15일 SBS 창사특집극으로 방영된 「새끼」(극본 박정란, 연출 이장수), 10월8일∼11월27일 방영된 SBS 24부작 드라마스페셜 「달팽이」(극본 송지나, 연출 성준기), 지난해 3월9일 KBS1 「신TV문학관」을 통해 방영됐던 「아들과 함께 걷는 길」(극본 홍영희, 연출 윤석호). 여기에 5월 12일∼7월 15일 방송된 MBC 20부작 미니시리즈 「산」(극본 박구홍, 연출 정운현)도 경합을 벌이고 있다. 뚜렷한 주제의식과 아름다운 영상, 배우들의 열연으로 방영 당시 호평을 받았던 작품들이다.
「새끼」는 군위안부 출신 할머니, 월남전서 애인을 잃은 어머니, 사생아로 태어난 딸 등 여인 3대의 이야기. 이장수 PD는 자칫 무거워지기 쉬운 소재인데도 구구절절한 대사보다 100% 야외촬영을 기반으로 한 영상에 비중을 둠으로써 드라마의 세련미를 더했다. 반효정 고두심 김혜수 등 주인공들의 신기(神氣)어린 연기도 큰 몫을 했다.
「모래시계」의 작가 송지나씨가 대표집필한 「달팽이」는 4회씩 4부작으로 구성된 옴니버스형 드라마. 저능아로 변신한 이정재(제1부 「아내의 남자」)의 가슴저미는 사랑 연기가 눈길을 끌었다. 꽃집에서 일하는 그와, 남편과의 평범한 삶에 환멸을 느끼던 30대 주부 이미숙과의 순수한 사랑이 설득력있게 그려졌다.
「아들과 함께 걷는 길」은 이순원의 동명 장편소설에 중편 「수색, 어머니 가슴속으로 흐르는 무늬」를 접목한 작품. 극중 소설가 수호(김영철)가 어린 아들과 함께 대관령 60리길을 넘어가며 나누는 따뜻한 가족이야기를 정감있게 다뤘다. 「산」은 한국현대사를 배경으로 2대에 걸쳐 산과 함께 살아 온 한 집안의 이야기이다.<김관명 기자>김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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