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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해씨 “링거 다맞고 가겠다”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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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해씨 “링거 다맞고 가겠다” 버텨

입력
1998.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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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14시간 실랑이끝 새벽 영장집행… 병실나서며 “할말없다”『갑시다』 『못갑니다』

권영해(權寧海) 전 안기부장은 2일 검찰의 임의동행형식의 출석과 구속집행을 완강히 거부, 검찰과 장시간 실랑이를 벌였다.

서울지검 남부지청은 이날 오전 11시께 황병돈(黃丙敦) 검사를 병원으로 보내 권씨가 점심식사를 끝내는 대로 임의동행형식으로 남부지청으로 데려가 신문조서에 날인을 받아 구속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권씨는『나는 환자다. 환자가 가긴 어딜가』라며 버텼다.

권씨가 자신의 구속사실을 알게 된 것은 황검사가 도착하기 1시간전인 오전 10시. 이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느긋했던 권씨는 황검사가 자신을 검찰로 데려가려하자 다급히 오제도(吳制道) 변호사등을 불렀고 오변호사는 『하루, 이틀만 시간을 더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황검사는 『내 권한밖의 일』이라며 신상규(申相圭) 부장검사에게 연락, 오후 1시30분께 병원으로 온 신부장검사가 권씨를 설득했으나 실패했다. 이에 검찰은 신문조서에 권씨의 날인을 받은뒤 사전구속영장과 구인장을 발부받기로 했으나 권씨는 조서의 수정을 요구하는등 1시간30여분동안 입씨름을 하다 오후 3시께야 날인했다.

구속영장 발부과정에서도 권씨의 버티기는 계속됐다. 검찰은 오후 4시20분께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오후 5시30분께 구인장을 발부받아 구인에 나섰다. 그러나 권씨는 『침대에 누은채, 링거를 꽂은 상태에서 데려가면 가겠다』며 완강히 맞섰다.

영장이 발부된 시간은 오후 8시20분. 검찰은 오후 9시30분께 수사관을 병원으로 보내 영장집행을 시도했으나 권씨는 링거를 다 맞고 가겠다고 버티면서 자정을 넘겼다. 권씨는 결국 3일 새벽 영장이 집행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버버리코트 차림으로 휠체어에 탄 권씨는 초췌한 표정으로 병실을 나서다가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할 말이 없다』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한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국가최고정보기관 책임자의 14시간 가까운 실랑이의 결과는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이태규·유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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