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투신,JP모건 등 상대 채무부존재 소송/“우리가 쓴 확약서 위법관행” 계약무효 주장한남투자증권이 파생금융상품 거래손실과 관련, 미국 금융그룹 JP모건사를 상대로 1일 새로운 소송을 제기, JP모건과 국내금융기관의 소송이 2라운드를 맞게 됐다. 한남투자증권의 이번 소송은 앞서 JP모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SK증권과 마찬가지로 JP모건이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갚아주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남은 이같은 이유외에 채무상환을 약속한 보증서가 애초부터 위법적인 것이어서 계약자체가 원천무효라는 주장을 들고 나옴으로써 투신사의 편법 지급보증관행이 법정에 오르게 됐다.
◆거래경위:한남은 지난해초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투자를 위해 한남펀드라는 외국인전용투자신탁(외수펀드)을 설립한뒤 말레이시아에 「브라이트룩」이라는 역외펀드를 만들어 한남펀드 투자자금조달에 나섰다. 한남은 보람은행을 중개자로 삼아 JP모건과 「토털 리턴 스왑」(TRS)이라는 파생금융상품 계약을 체결, JP모건으로부터 2,100만달러를 빌렸다. TRS는 태국의 바트화 및 일본의 엔화가치에 연동하도록 돼 있는데 지난해 7월 바트화가 폭락하면서 브라이트룩 펀드는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됐다. 한남은 브라이트룩 펀드 건 외에 JP모건과의 거래에서도 상당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남을 대신해 JP모건에 돈을 물어준 보람은행이 한남투증에 이를 물어줄 것을 요구하자 한남측이 보람과 JP모건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편법보증문제:한남은 브라이트룩 펀드가 JP모건에 돈을 갚아줄 능력이 부족하게 되면 브라이트룩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돈을 갚아주겠다는 확약서(Letter Of Commitment:LOC)를 써줬다. 외환관리규정상 역외펀드의 채무에 대해 보증을 서려면 한국은행총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은의 승인이 나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한남은 정식 보증문건이 아닌 LOC형태로 보증을 선 것이다. 한남측 소송대리인인 세종법무법인측은 『한남이 써준 확약서상의 출자의무는 외환관리규정을 위반한 것이므로 이 계약은 무효』라며 돈을 갚아줄 수 없다고 밝혔다.
투신업계 관계자는 『역외펀드에 투자를 유치할때 LOC를 써주는 것은 투신업계에 일반화한 관행』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설정돼 운영중인 역외펀드들도 대부분 이같은 보증이 이뤄진 상태라는 것이다. 이때문에 법원이 계약의 위법성을 문제삼아 한남의 손을 들어주게 되면 앞으로 국내 금융기관들의 역외영업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JP모건측 역시 이같은 점을 들어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걸린 문제」로 재판을 유도하려는 입장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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