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이 일본대표팀에 2대 1로 설욕, 전국을 휩쓴 환희의 열풍과는 달리 지금 체육계엔 「팀해체」란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21세기 첫 국가적 행사라고 할 2002년 월드컵준비가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명문 스포츠팀의 해체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IMF한파속에 스포츠의 기반이 총체적으로 흔들리고 있다.지난 3개월동안 자취를 감춘 전통 명문팀은 무려 50여개나 된다. 배구의 경우 남녀실업의 정상을 달리던 고려증권과 한일합섬이 모습을 감춘데 이어 효성이 해체를 결정했고, SK케미컬, 후지필름등도 뒤따를 것으로 전해져 자칫 여자배구팀이 전부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여자농구와 실업축구도 무너지고 있다. 여자농구는 지난해 정상을 차지했던 SK등 8개팀, 실업축구는 국민, 기업, 한일등 3개 은행팀이 각각 해산됐다. 이밖에 레슬링의 조폐공사, 탁구의 동아증권, 유도의 쌍용, 핸드볼의 동성제약과 종근당, 양궁의 동서증권팀이 해체대열에 가담했다.
세계랭킹 4위의 배구는 물론 여자농구 레슬링 핸드볼 유도 양궁 등은 모두 우리나라가 세계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종목들이다. 이를 뒷받침해 온 것이 바로 이번에 해체된 명문팀들이란 점에서 아픔이 더 크다. 이러한 흐름이 학교체육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한국스포츠의 앞날이 캄캄하게 느껴진다.
한국스포츠의 시계를 70년대로 되돌린 이같은 스포츠공동현상은 정부의 적절한 조치가 없는 한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스포츠육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 재벌기업의 총수들은 각 스포츠단체장을 서로 맡으려 했고, 이를 사회적 지위향상의 방편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단체장을 내던지면서 소속팀까지 무자비하게 해체하고 있다.
정부조차 정부조직에서 「체육」이란 이름을 삭제하고 이미 결정된 월드컵까지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벌기업만 나무랄 수도 없다. 문화관광부가 체육행정을 담당한다고 하지만 유명무실해 졌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국가발전에 체육진흥을 빼놓고 갈 수는 없다. 특히 지금처럼 IMF한파로 국민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을 때는 스포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이것은 이번 한일축구전의 승리가 이미 입증했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계속되는 팀해체로 인한 스포츠공동현상을 막기 위해 체육행정체제를 정비하고 재벌기업 설득등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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