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한국은행법에 따라 금융통화위원회가 중앙은행의 최고의사결정기관으로 출범했다. 위원장인 한은총재와 상근(常勤)위원 6명으로 구성되는 금통위는 앞으로 우리나라 통화신용정책과 금융정책을 지휘하게 된다.그런데 정부의 금통위원 내정인사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재경부와 한은이 전직간부 2명씩을 임기 4년의 상근위원으로 추천, 정부가 이를 수용해 버린 것이다. 한은의 거듭나기를 지휘해야 할 금통위의 위상에 비춰 이처럼 「나눠먹기」 인사가 재연된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전 청와대경제수석인 김영섭(金永燮)씨가 재경부 추천으로 내정된 데 대해선 말문이 막힌다는 분위기다. 김 전수석은 재무부 이재국장을 거쳐 94년말부터 2년간 재경원 금융정책실장(차관보급)을 지낸 후 김영삼정부의 마지막 경제수석을 맡았던 장본인이다.
감사원은 외환특감을 통해 94년 종금사 인허가과정에서 재경원이 능력없는 단자사들을 대거 전환시켰고, 종금사들의 무모한 외환장사를 제때 견제하지 못한 것이 외환위기의 원인중 하나라고 밝힌바 있다. 이같은 특감결과에 따라 당시 금융정책에 간여한 공무원들은 실무과장까지 예외없이 본부대기나 한직으로 밀려 청문회 소환을 기다리고 있다. 또 김영삼 정부 말기에 청와대서 근무한 공무원들도 대부분 좌천됐다. 이런 판에 금융정책의 실무책임을 2년간 맡고 경제수석까지 지낸 사람이 다시 차관급 자리에 올랐으니 이상한 일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구여권 인사라도 중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구여권인사를 중용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들이 구여권에서 무슨일을 했는가는 철저하게 검증해 봐야 한다. 재경부의 현직 간부들조차 혀를 차고 있는 이번 인사는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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