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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지 뱃사공 아리랑가락을 타고 정선의 봄은 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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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지 뱃사공 아리랑가락을 타고 정선의 봄은 익네

입력
1998.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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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느리게 열리는 하늘아래 첫 동네/얼음풀린 아우라지엔 물안개가 춤추고 찾아가는 길 자체가 굽이굽이 절경의 연속짧다. 개나리가 피었는가 하는 새 진달래가 진다. 짧은 봄이 아쉽다면 정선(旌善)아우라지로 떠나자. 「하늘아래 첫 동네」답게 봄도 느리게 열린다.

아직도 누렁소가 황토밭을 갈아엎고 물은 에돌아 흐른다. 겨우내 여량나루에 묶여 있던 나룻배도 다시 떴다. 20년전부터 여량과 아우라지마을을 오가는 나룻배는 몇년째 뱃삯이 500원이다. 남녘에서는 2월말부터 나오는 산나물이 여기서는 이달 말에 가야 제철이고 철쭉도 5월 말이 돼야 붉은 꽃이 벌어진다. 아우라지 강둑을 따라 늘어선 살구나무도 이제 막 꽃망울을 터뜨릴 자세다.

『아직은 아침 저녁이면 쌀쌀하지』라고 「아우라지」 뱃사공 이범태(63)씨가 느리게 말을 건넨다. 이맘때면 아우라지에는 물안개가 자주 피어오른다. 강물이 뿜어대는 냉기와 막 물오르기 시작한 봄기운이 속살을 맞대면서 빚어내는 풍경이다. 서울의 TV방송사들이 아우라지에서 챙겨가는 풍물이 하나 있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나 좀 건너주게/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아리랑 고개 고개로 날 넘겨주게」. 「정선아리랑」가락에 얹어 부르는 「아우라지타령」이 바로 그것이다.

남한강의 지류인 구절천과 골지천이 합쳐져 이름 붙여진 아우라지에는 신부가 가마타고 신행가다가 물살이 거칠어 가마째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정선아라리」의 고향으로 더 잘 알려져 7월말에서 8월초 사이에 「아리랑축제」가 열린다. 정선읍에서 택시로 20분 정도 걸리는 아우라지의 그토록 거친 물살은 봄이어서인지 새색시마냥 얌전하다.

얼음이 풀린 아우라지의 맑은 물에는 쏘가리, 얼음치, 강메기등 민물고기가 떼지어 노닌다. 지금부터 5월까지 제철이다. 수질이 그만큼 깨끗한데다 강바닥에 자갈이 깔려 이런 민물고기의 서식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서울에서 정선 아우라지를 찾아가는 길 자체가 절경의 연속이다. 청량리역에서 중앙선을 타고 정선읍을 지나 구절리에서 내리기까지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정선읍에서 구절리 구간은 올해안에 폐선된다. 정선읍에 도착하면 다시 물과 산과 동굴이 기다린다. 구름이 오히려 비켜간다는 몰운대, 동해가 내려 보이는 가리왕산, 열목어 서식지 함백산, 주목의 집단서식지 두위봉, 기암괴석이 널려 있는 지억산, 장쾌한 폭포옆에서 선홍빛 철쭉이 집단서식하는 노추산등 너더댓 시간이면 종주할 수 있는 산들이 손짓한다. 저마다 계곡이 유명한데 몰운대에서는 냉수어족 참피리떼를 볼 수 있다. 계곡이 깊은 만큼 민물고기가 유명해서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돋운다. 국내최대의 석회동굴인 화암동굴은 회색이 아닌 젖빛 종유등이 자랑거리인데 특히 황종유벽은 높이 30m로 동양 최대이다.

불타는 진달래나 연분홍으로 산을 물들이는 산벚꽃의 화사한 봄을 보고 싶다면 정선으로 와선 안된다. 울울창창한 숲과 바위절벽 사이를 흐르는 계곡의 맑은 물이 빚어내는 한폭의 동양화를 보고 싶다면 정선이 그만이다.<정선=장병욱 기자>

▷가는 길◁

청량리역에서 새마을(오후 5시,1만2,000원) 무궁화(오후 2시,7,900원) 통일(낮 12시,5,400원)호를 타고 일단 구절리까지 간다. 구절리에서 아우라지까지는 걸어서 10여분 거리. 서울동서울터미널(하루 11회,3시간30분소요)에는 정선행 직행버스도 있다.

▷먹을 거리◁

정선에 가면 산골의 특미가 기다린다. 산채비빔밥 토종닭 칡국수 쑥국수 막국수 올챙이묵 산초두부구이 초(初)두부등이 어느 산골에나 있는 것이라면 향긋한 표고죽과 메밀면발이 어찌나 매끄러운지 국숫발을 빨아들이면 끝이 콧등을 친다는 콧등치기국수나 메밀전병등은 여기 특산품. 식은땀에 특효라는 황기백숙, 암반수와 쥐눈이콩으로 담가 소화불량과 고혈압에 효험이 있다는 간장인 「약콩장」도 명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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