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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기관장 人事 “정말 어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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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기관장 人事 “정말 어렵네”

입력
1998.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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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망·지역·정당 균형맞춰 어렵사리 구하면 본인 고사/한전 인물難에 주총 연기/貿公도 결정못해 ‘쩔쩔’정부부처중 가장 많은 산하기관을 거느리고 있어 다른 부처 장관들의 부러움을 살법한 박태영(朴泰榮) 산업자원부장관의 표정이 요즘 밝지 않다. 「인물난(人物難)」으로 고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으로부터 주요 공기업의 사장인선을 위임받았으나 마땅한 인물을 고르기 어려운 상태다. 국민적 신망이 있고 지역 및 출신학교를 안배해야 하는데다 당원과 비당원의 균형,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적절한 배분 등 김대통령이 제시한 인사 5대 원칙에 맞는 인물을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박장관뿐 아니다. 산하기관장이나 법정관리인의 선임문제에 관련된 관계자들은 입을 맞춘 듯 모두 인물난을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어렵사리 인선해 대상자에게 의중을 타진하면 고사하는 경우까지 있어 어려움은 가중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한국전력이다. 한전은 지난달 30일 주총을 열어 새 사장을 선임키로 했으나 실패했다. 이날 주총은 당초 지난달 20일 열 예정이었으나 사장인선 때문에 열흘을 연기했었다. 결국 사장 선임만으로 또 한차례 총회를 열어야 할 판이다.

한전 사장으로는 당초 전직 관료 C씨와 J교수가 물망에 올라 청와대까지 올라갔으나 결정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총전날인 지난달 29일에는 『경영인중에서 전문성과 참신성을 동시에 갖춘 인물이 선정돼 청와대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으나 역시 여의치 않았다. 박산자부장관은 여러 차례 『한전사장만큼은 새 정부 산하 기관장 인선의 모델로 삼겠다』며 『전문경영인으로 획기적인 인선을 할 것』이라고 되풀이 말했었다. 그러나 최근 『아직 상대를 찾지는 못했다』며 「획기적인 인선」의 어려움을 고백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원래 광업진흥공사 사장과 함께 KOTRA 사장도 정할 예정이었다. 정부는 삼성전자 부회장을 거쳐 미주법인장 등을 지낸 김광호(金光浩) 삼성전관 회장을 염두에 두었고 언론에 내정사실이 보도되기도 했으나 아직 최종 결정을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으로 국제감각이 뛰어나고 기업 현실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회장을 선택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회장은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법정관리인 선임도 한정없이 늦어지고 있다. 당초 법원은 지난달 25일께 선임키로 하고 24일까지 대상자를 천거하도록 산업은행등에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진념(陳稔) 기획예산위원장의 추천으로 SK그룹의 김항덕(金恒德) 부회장을 내정할 계획이었으나 본인의 고사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산하기관의 최고책임자 결정이 늦어지면서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등 적지않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그러나 여러가지 인선원칙을 고려하다보니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귀국하는대로 인선작업이 속도감있게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이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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