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때마다 “개혁” 조직·인원 되레늘어/곳곳 기능유사·중복 과감히 민간 이양을『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자』 『정부의 군살을 빼자』 새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귀가 아프도록 들어온 말이다. 「국민의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기대반(半) 우려반이다. 과거 논의는 무성했지만 번번이 실패에 그쳤기 때문이다.
정부수립후 지금까지 정부조직개편은 모두 48차례. 공무원수가 줄지도 않았고, 정부의 생산성도 그다지 높아지지 않았다. 문민정부에서만 4만8,068명이 증가했다. 부처통폐합시 기능별 중복을 묶고 조직을 슬림화해야 하는데도 단순히 기능재편에 그친 경우가 많았고 민간의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농어민 인구는 80년 1,167만여명에서 95년 518만여명으로 절반이상(649만명) 줄었다. 농림어업생산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7%에서 6.6%로 감소했다. 그러나 관련 공무원수는 1,429명(15%)이 늘었다.
인구가 줄어든 지방자치단체가 많은데도 조직은 변함이 없거나 늘고 있다. 행정전산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3,700여개 읍·면·동사무소를 폐지하고, 중앙행정기관의 지방청을 없애자는 대안 등이 꾸준히 제시되고 있지만 개혁논의는 정권 출범초의 통과의례에 그치고 있다.
과연 이번엔 군살을 뺄 수 있을까. 진념(陳稔) 기획예산위원장은 『뉴질랜드에선 장관도 외국에서 수입한다. 세금을 축내는 기관은 없애겠다. 수요자의 평가제도를 도입해 평가가 나쁜 기관은 조직축소등 불이익을 주겠다. 반면 예산절약액은 근무성적 우수자에게 상여금으로 지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살을 빼려면 정부기능과 권한의 민간이양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가보훈처의 경우 지난번 조직개편에서 처장이 차관급으로 낮춰지고 일부 조직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몸집이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된 업무는 보훈대상자의 선정과 이들에 대한 원호. 핵심기능만 본부에 남기고 지원금 지급업무 등은 민간에 맡기면 지방청 등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등의 업무역시 은행등 민간에 위탁할 여지가 많다.
민간이양이 필요한 분야는 500개가 넘는 정부산하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올초 집계한 정부투자·출자기관 등 산하기관은 552개. 이들의 올해 예산은 143조1,113억원이며 종사자는 38만5,000여명에 달한다. 기능이 유사하거나 중복된 곳이 한 두개가 아니고, 관련부처의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창구, 또는 정부출범초 논공행상의 전리품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산하기관중 출연연구기관을 보자. 「싱크탱크」보다는 해당부처의 시녀로 전락한지 오래다. 지난해 농어촌구조개선사업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면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자 농림부산하 농촌경제연구원은 곧바로 『이 사업에 힘입어 우리 농업과 농촌이 전반적으로 성장한 것으로 평가된다. 2004년 쌀시장 개방에 대비하고 농업기반확충을 위해 99년이후에도 투자가 계속돼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기초과학분야나 민간에서 담당하기 어려운 분야를 제외한 정부출연연구소는 민간에 이양하고, 1개 부처에 중복된 연구기관들은 통폐합해야 한다. 물론 싱크탱크로 필요한 기관은 7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처럼 독립적인 조직으로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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