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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사회도 구조조정/윤석민 뉴욕(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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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사회도 구조조정/윤석민 뉴욕(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8.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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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구조조정해야 해요』 평상시 농담을 잘하던 미스터 한이 심각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그는 나의 단골 미용사다. 『이 기회에 경쟁력있는 업소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업소는 과감히 정리됐으면 좋겠어요』사연인즉슨 이랬다. 터무니없이 불어나는 한인 경쟁업소 때문에 제살 깎아먹는 장사가 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특히 미용업의 경우 어깨너머 배운 솜씨만 있으면 너도나도 창업해 업소수는 우후죽순격으로 늘었다. 「시다」로부터 출발해 서울 압구정동에서 기술을 발휘했다는 미스터 한으로서는 화낼 법도 한 일이다. 뉴욕 인근의 신흥 한국타운인 이곳(뉴저지 팔리세이드 파크)도 예외가 아니어서 한 블록에 4개의 이·미용실이 밀집해 있는 경우도 있다.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 어떤 업소는 「한국식 면도 합니다」는 간판을 내걸기도 했다. 그러다 한국의 경제위기 한파로 된서리를 맞았다. 손님이 뚝 끊기며 「IMF(국제통화기금) 특별세일 요금」을 내거는 등 자구노력을 계속하지만 타격이 적지 않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이·미용업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동안 「좀 된다 싶으면」 너나없이 달라붙어 같은 한인끼리 경쟁하던 세탁소, 청과상, 식당 등 모든 교포업계에 해당되는 일이다. 요즘에는 손발톱을 다듬어주는 「네일숍」이 소자본으로도 개업이 가능하다고 한인사이에 인기다. 이들 업소간에는 가격을 경쟁적으로 내리는 「출혈경쟁」이 한동안 이어지더니 이제는 『적대적 인수·합병(M&A)도 불사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돈다.

뉴욕한인회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누차 한인간의 중복업소 설치 자제와 과당경쟁 방지에 애썼는데 잘 안됐다』면서 『위기가 오히려 건전한 한인업소 풍토 마련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잘돼나가는 징후는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앞장서 모범을 보이기 보다는 남이 나가 떨어질 때까지 오기로 버티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성 싶다. 한국인이 사는 모양새는 어디서나 왜 똑같은 지. 제발 민족성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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