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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치지 않는 사회/이준희 사회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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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치지 않는 사회/이준희 사회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8.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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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여중생 4명의 동반자살은 어려운 경제사정에 쫓겨 한동안 잊고있던 청소년문제를 다시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 나름대로 절박했을 이들의 동기야 이해못할 바 아니다. 문제는 이런 일을 다루는 우리 어른들한테 있다.언제부턴가 우리사회 분위기는 아이들에 관한한 대단히 관대해졌다. 청소년문제는 언제나 기성세대의 책임으로 귀결된다. 10대들의 비행이나 일탈의 원인은 들어볼 것도 없이 으레 사회와 가정환경이나 여건 따위다. 소위 식자나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일수록 짐짓 비장하게 기성세대의 반성을 촉구한다. 물론 본인들만은 그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원인분석이 그르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문제를 이런 식의 구조적 원인(遠因)으로만 돌려버리면 정작 구체적인 책임소재는 실종돼 버리기 마련이다. 실제로 별로 생각이 깊어보이지도 않는 탈선청소년들까지도 거침없이 「잘못된 어른과 빡빡한 학교와 갈 곳없는 환경」을 핑계대는데 거의 예외가 없다. 청소년문제가 불거지면 PC통신에는 같은 또래의 비슷한 항변이 봇물터지듯 쏟아진다. 가장 중요한 행위당사자의 책임은 어디에도 없다.

이건 교육이 아니다. 기성세대의 무책임한 관대함이 우리의 아이들을 핑계대는 비겁한 아이들로 키우고 있는 것이다. 한번 따져보자. 도대체 세계 어느 선진국에서 아이들이 집단으로 밤거리를 쏘다니며 유흥가를 활보하도록 허용하고 있는가. 또 TV의 프라임타임 프로그램에서 마음놓고 기성을 질러대도록 배려하고 있는가. 얼빠진 어른들은 한발 더 나아가 청소년들을 문화와 소비의 주체로까지 대우하려 들고 있다. 단언컨대 10대의 의식과 행동양식은 현상이지 문화가 아니다.

청소년문제에 접근하는 가장 유효한 방법은 기성세대가 어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잘못하는 아이들을 엄하게 야단치고 가르침으로써 스스로에게 먼저 책임을 질줄 아는 성숙한 인격체로 키워야 한다. 혹 자신이 가르칠만큼 잘나지 못했음을 너무 자책치 말라. 정상적인 어른이라면 아이들을 야단칠 자격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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