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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이제부터 공영방송 맏형?(TV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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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이제부터 공영방송 맏형?(TV평)

입력
1998.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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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보다 사회이슈 선점요즘 방송가에서는 KBS와 MBC의 역할이 뒤바뀌었다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공영방송 KBS는 사장 사표수리 문제로 한국방송의 맏형으로서의 무게중심을 잃었고, 대신 MBC가 실업기금모금운동 등을 통해 사회적 이슈를 선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지난달 30일 첫방영한 두 방송사의 드라마에서 더욱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MBC는 실업자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시류에 재빨리 대응, 정리해고자의 비애를 그린 2부작 특집극 「피아노」(극본 정유경, 연출 최창욱)를 방영했다. 중산층 진입을 꿈꾸던 한 가정이 가장(김창완)의 갑작스런 정리해고로 무참하게 무너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이다.

드라마는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뒤 『왜 하필 접니까』라고 따져묻는 김창완의 표정과, 그를 쳐다보는 동료·후배직원들의 냉랭한 모습으로 「1997년말∼1998년초 대한민국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부인(원미경)의 서글픈 얼굴과 단란한 중산층 가정을 상징하는 피아노의 타건음도 드라마의 또다른 극적장치로 작용했다.

이에 비해 KBS2 24부작 미니시리즈 「거짓말」(극본 노희경, 연출 표민수)은 「공영방송이 만든 멜로드라마로 손색이 없는 작품」을 표방한 만큼 처음부터 등장인물들의 만남과 사랑과 우정 묘사에 천착했다. 특히 이 사회를 향한 부랑아 추상미의 독설과 이에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는 김상중의 만남 등은 확실히 「드라마 보기」의 재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공영방송 KBS가 지난주까지 깡패들이 주인공이었던 「맨발의 청춘」을 방영한 데 이어 이번에는 전형적인 멜로 드라마를 주요 방송시간대에 내보내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납득이 안간다. KBS 내부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과 이로 인한 인력감축이라는 사회현실을 도외시한채 「시청률 우선주의」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생각이다.<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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