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업무는 ‘호평’ 부처내선 ‘글쎄’초대 내각의 장관 17명중 12명이 정치인 출신으로 짜여졌을 때 관료사회의 반응은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힘이 있어 관료들의 타성을 쇄신할 것』이라는 호평도 있었고 『행정을 몰라 겉돌 것』이라는 회의론도 있었다.
내각이 출범한 지 한달이 지난 지금,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성적표는 어떠한가. 평점을 매기기 위해서는 활동반경인 부처 내부, 청와대와의 업무협조, 대(對)국회 관계를 측정해 볼 필요가 있다.
대체적으로 정치인 장관들이 청와대나 국회와의 관계에서는 비정치인 장관 보다 비교우위를 갖고 있고 부처 내부에서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워낙 난전(亂戰)에 단련돼 있어 새 정부 출범직후의 「혼란」에 익숙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우선 청와대와의 관계에서 정치인 장관들은 직접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경우가 많다. 청와대 수석들이 대통령의 뜻을 받아 장관들에게 지시했던 과거 정권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김대통령도 수석을 거치지 않고 직접 장관에게 의문점을 묻거나 정책을 지시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김대통령에 익숙지않은 비정치인 장관들은 다소 당황하나 정치인 장관들은 의중을 비교적 정확히 파악, 즉답을 한다는 후문이다.
구체적으로 이종찬(李鍾贊) 안기부장은 밤늦게 공관으로 들어가다 김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차중에서 북한동향을 보고한 적이 있고 박정수(朴定洙) 외교통상장관은 심야에 청와대로 호출돼 대사인선 문제를 보고하기도 했다.
박상천(朴相千) 법무 천용택(千容宅) 국방 김정길(金正吉) 행정자치 박태영(朴泰榮) 산업자원 강창희(姜昌熙) 과학기술 이정무(李廷武) 건교장관도 김대통령과 격의없는 토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상천 법무장관은 얼마전 김대통령에게 특별현안을 보고할 때 관련 비서관이 배석하자 『잠시 나가 있으라』고 말할 정도로 거침이 없다.
국회와의 관계에서 특히 정치인 장관들의 위상은 올라간다. 서로 잘아는 처지인 국회의원들이 정치인 장관들을 예우해주는데다, 정치인 장관들도 경험을 통해 의원들의 질문요지를 정확히 파악한다는 평이다. 다만 주양자(朱良子) 보건복지 장관은 부동산투기 문제로, 신낙균(申樂均) 문화관광 장관은 방송사 인사문제로 해당 상임위에서 상당히 시달렸다.
부처내에서는 정치인 장관들이 관료출신에 비해 업무파악에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다. 또한 민원이 엄청나게 밀려들고 지역구 일도 챙겨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매너리즘에 빠진 관료사회의 쇄신, 통합부처의 갈등조율에는 정치인 장관이 적격이라는 평이다. 박정수 장관이 파벌주의가 심한 외교통상부에서 탕평책을 쓴다든지, 김정길 장관이 내무부와 총무처가 통합된 후유증을 잘 조절하고 있다든지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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