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자엔 ‘과실’ 확보 호기될수도「5년째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A씨는 최근 집 근처에 신설된 미국 메릴린치 증권사 지점으로 거래선을 옮겼다. 메릴린치사가 국내증권사보다 투자서비스면에서 다소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A씨가 전에 거래해 온 국내 B증권사는 외국계증권사들이 시장을 잠식하는 바람에 도산위기에 처해 있다」
내달부터 증권사 설립이 자유화돼 외국계 증권사들도 법인형태로 국내시장에 본격 진입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국내 증권업계는 물론 주식투자자들에게도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 시장잠식 불가피
국내에 이미 지점을 설치하고 영업중인 외국계증권사는 20개. 이들의 자본금은 100억원 안팎으로 외국인을 주요고객으로 소규모영업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외국계 주요 증권사들이 증권사설립 자유화에 발맞춰 법인설립과 영업망 확충에 나서고 있어 국내시장 잠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반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소매영업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미국의 메릴린치 증권사가 하반기중 법인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세계굴지의 크레디리요네(프랑스)도 30일 증권거래소회원으로 가입, 국내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거래중개에 나서는 한편 법인설립과 지점 및 인원 확충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은 우선적으로 국내 증권사들이 사실상의 담합형태로 주식거래액의 0.5%정도를 받고 있는 거래수수료를 인하해 고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주식투자자들은 선택 폭 넓어질듯
국내 증권사들은 무한경쟁속에서의 생존문제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으나, 일반투자자들은 외국계 증권사 진출과 실질경쟁에 따른 「과실(果實)」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금융기법은 물론 주식시장이나 종목 분석 등에서 국내 업체들보다 앞서고 있는 것이 사실. 메릴린치사의 경우 연간 투자에 관한 연구·개발 비용이 1,00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국내증권사 연간 매출액(영업수익)과 맞먹는 수준이다.
증권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증권사들이 본격 진출하면 제2의 고려· 동서증권사태를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증권사간 인수·합병, 슬림화, 업무특화 등의 자구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김동영 기자>김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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