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머슴같이, 점심은 황제같이, 저녁은 거지같이 먹으라는 말이 있다. 저녁을 적게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심히 일을 하기 위해 점심을 잘 먹으라는 말이다. 한편 점심식사로 무엇을 먹는가 하는 것은 자긍심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듯 하다.그런 점에서 초등학교에서 급식을 하는 것은 참 잘한 일이다. 메마른 인스턴트 반찬으로 서로 눈치보는 대신, 영양사가 만든 균형잡힌 식단에 국물까지 곁들여지니 모든 아이들이 고루 잘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럴 땐 정말 나라에 대해 고마움을 느낀다.
지난 일요일에 교회식당에서 한 부랑인이 공기밥 여섯그릇에 국 두그릇 반찬 등을 받아다가 한 숟갈 한 숟갈씩 너무나 정성스럽게 식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에게 한끼의 식사란 생명을 유지한다는 의미를 갖는 것이다. 먹을 것을 돕는 데에는 아끼지 말아야 할 것 같다.
판사들의 실비관행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다.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판사들이, 뇌물이라고 보기에는 민망한 액수의 실비 때문에 서릿발 같아야 할 사법부의 권위를 잃어버렸다. 팥죽 한 그릇을 얻어먹기 위해 동생 「야곱」에게 장자의 지위를 넘겨버린 「에서」의 뼈아픈 후회를 지금쯤 하고 있을까. 그 실비관행이라는 우산 아래서, 도덕심이 낮은 일부 판사들은 흥청망청 접대를 받고 거리낌없이 돈거래을 했으며, 검사들은 실비에 더해 기업인들을 스폰서로 삼아 「수사비」를 받아썼다. 수하의 법원 검찰 직원들은 노골적으로 급행비며 소개비를 받았고, 경찰들은 조서 작성 권한을 십분 남용하여 일부 변호사들을 끼고 브로커가 되어 돈을 챙겼다.
부패의 씨앗이 되어버린 그 실비란 것이 무엇인가. 가끔씩은 점심을 황제같이 먹기 위해 받았던 돈이다. 이제 지속적인 감찰로 실비관행을 철저히 없애는 한편으로, 후줄그레한 직원식당은 산뜻한 분위기로 바꾸고, 오후 내내 열심히 일해도 지치지 않고 판사로서의 자긍심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식단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먹는 것에 대한 투자는 가장 효과적인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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