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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안기부원들/이영성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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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안기부원들/이영성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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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학교 졸업하려면 몇 년 있어야 하는데…』 『그래도 자네는 현장근무를 한 지 얼마 안되니 괜찮을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자. YS도 집권초기에는 서슬퍼렇다가 나중에는 우리에게 의존했어』최근 안기부의 국내파트 요원들이 만나서 나누는 얘기들이다. 좌절과 혼돈,걱정이 짙게 배어 있는 대화이다. 안기부가 1급이상 20여명,2∼3급 130여명,4급 이하 900여명을 직권면직하거나 대기발령하는 등 대대적인 물갈이를 하는 와중에서 실직을 걱정하지 않는 국내파트 요원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과거 『내곡동(안기부가 위치한 동네)에 근무한다』는 한마디만으로도 웬만한 사람들이 기죽던 시절을 상기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현장요원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 위에서 시키는대로 했을 뿐인데』라는 항변도 나오고 있다. 이런 얘기를 듣노라면 조직 일원의 한계, 가장의 애환을 안고 있는 안기부원들의 처지에 공감이 가기도 한다.

그러나 안기부가 국가안위를 맡고 있는 최고정보기관이라는 사실 앞에서 감상적 접근은 일단 접게 된다. 안기부가 공작과 개입으로 한국정치를 수십년간 왜곡한 현실, 이권개입과 권력남용으로 빚은 물의, 십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수많은 민주인사들을 고문했던 시절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개혁하느냐이다. 그 해답은 YS정권 초기의 안기부 개혁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YS정권은 「기관 출입금지령」으로 국내파트를 축소했으나 한 두해 지나면서 결국 안기부의 정보와 공작에 의존하게 됐다. 그 이유는 YS정권이 안기부를 전정권의 하수인에서 자신들의 하수인으로 바꾸려는 욕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안기부 개혁의 성패도 바로 권력이 욕심을 부리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권력이 마음을 비우는」 개혁이 이루어져야만 옷을 벗는 안기부원들도 좌절과 억울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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