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노숙자 대책에 관심을(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노숙자 대책에 관심을(사설)

입력
1998.03.31 00:00
0 0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터진 지 4개월여만에 정부가 본격적으로 노숙자(露宿者) 대책에 나섰다. 경제난으로 인한 대량 실업사태는 결국 지하철역이나 지하도에서 기거하는 노숙자 문제로 이어진다. 보건복지부는 30일 「서민생계안정대책본부」를 가동하면서 실업자·생활보호대상자를 적극 지원하고, 복지사업을 교통정리함으로써 보다 일관성 있게 IMF형 저소득층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생활보호대상자 문제는 주로 시·도등 지방자치단체와 종교사회단체에서 담당해 왔다.복지부의 이번 대책은 특히 최근 현저하게 늘고 있는 노숙자 보호에 적극적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4,000명으로 파악되고 있는 노숙자는 5월쯤엔 5,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노숙자들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무료급식소 운영의 확대, 잠자리 제공, 의료구호, 복지전문가와 자원봉사자등의 상담을 통한 귀가유도등에 2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상담을 통해 이들을 귀가토록 한 후 저소득층 혹은 생활보호대상자 보호 차원에서 취로사업등을 주선할 방침이다.

지난해 1,000여명에서 현재 4배 정도 늘어난 노숙자들은 파산한 중소기업가와 건설기능인력, 음식점 종사자등 다양하지만 기업들의 정리해고가 본격화한 최근 들어 실직한 화이트 칼라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서울과 인근 도시의 주요 지하철역과 지하도등에서 비참하고 비위생적인 집단 지하생활을 하면서 무료급식에 의존, 연명하고 있다. 이들이 노숙을 하게 된 동기는 부도에 따른 도피, 실직 후 부부간 불화에 따른 가출, 실직 후 가족에 대한 부담감, 일을 찾아 무작정 상경한 경우등 다양하다.

복지전문가들은 노숙을 시작한 지 한 달 가량 되면 건강했던 사람도 대부분 극심한 영양실조에 걸려 위험한 상태가 된다고 지적하고, 이들을 부랑아 수용소등에 강제 보호하는 것보다는 민간단체나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일단 귀가시킨 후 재활의 길을 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노숙자 문제는 6·25 직후의 황폐했던 시절 이래 처음 겪는, 국가적 재난의 산물이다. 비교할 전례가 없기도 하지만, 지금은 복지부가 세운 대책에만 의존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국민 모두가 노숙자를 혐오의 눈으로 보며 피할 것이 아니라, 따뜻한 관심과 이웃같은 배려로 재활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