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을 넘긴 노인의 4시간 공연. 기네스북 기록감이다. 28일 국립중앙극장 소극장에서 명창 박동진(82)옹이 판소리 「수궁가」를 그렇게 완창했다. 전반은 정화영, 후반은 김청만씨가 북을 치고 박옹은 중간중간 물을 마셔가며 쉬지 않고 소리를 했다. 노령 탓으로 높게 지르는 대목에서는 어쩔 수 없이 힘이 딸렸지만 소리 맛은 여전히 구수했고 익살과 재담으로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드는 소릿광대 모습도 여전했다.박옹은 먼저 단가 「진국명산」으로 목을 풀었다. 그런 뒤 「나이가 많아 좋은 소리는 못 될테니 너그러이 봐달라」고 양해를 구했는데, 그 말이 폭소를 자아냈다. 『진즉 뻗었을 나이인데, 하나님이 더 살고 오라고 해서…. 천하에 이동백은 일흔셋에 소리를 말았고 송만갑도 예순다섯에 소리를 전폐했는데 여든셋에 소리한다고 뻔뻔하게 나온 내가 미친 놈이여. 미워말고 봐주시요』
소리가 시작됐다. 객석이 슬슬 더워지더니 좋은 소리 대목마다 추임새가 터졌다. 「좋지」 「얼씨구」등의 추임새는 뒤로 갈수록 점점 커졌다. 별주부가 처음 보는 세상경치를 묘사하는「고고천변」, 토끼가 자라등에 업혀 수궁 들어가며 구경하는 「소상팔경」등의 대목에서는 그런대로 점잖게 추임새가 나오더니 토끼가 용왕 속이는 대목에서는 「잘한다」 「얼씨구」하는 소리가 탄성어린 외침이 되었다. 4시간이 언제 가는지 모르게 후딱 지나갔고 객석은 기립박수로 노명창의 소리에 찬사를 보냈다. 「무대에서 피를 토하고 죽는 날까지 소리를 하고 싶다」며 열정을 토하는 박옹. 그는 요새도 매일 아침 국립국악원에 나가 4시간씩 소리연습을 한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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