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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입양 로라양 11년만에 친엄마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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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입양 로라양 11년만에 친엄마 만나

입력
1998.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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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품이 너무 따뜻해요”/색동한복 입고 무용솜씨 ‘한껏’/생모 공연내내 눈물… 눈물…30일 오전 9시 서울 마포구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 강당. 미국 입양아 23명으로 구성된 「장미 고전무용단」의 막내 로라(11·여·미 미네소타주 세인트 폴 페어뷰 엑스포초교5)양은 색동한복의 옷고름을 부지런히 매만지고 있었다. 조금 뒤면 난생 처음보는 친엄마 앞에서 솜씨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로라가 양엄마(진 베일 밴틀리·46·특수교사)로부터 친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은 1개월여전. 피부 색깔이 다른 가족들을 보면서 자신의 처지를 안 로라는 생모가 그리워질 때면 양엄마와 여동생(9)에게 짜증을 부렸다.

최모(46·여·경남 통영시)씨. 간밤에 서울행 버스를 타고 오면서 젖을 찾아 칭얼대는 「핏덩이」를 떼어 놓던 11년 전을 회상했다. 외항선원이던 남편이 심장병으로 숨지면서 시부모를 모시고 생계를 꾸려야 했다. 어린 세 딸을 키울 수가 없어 「하루라도 빠를 수록 좋다. 더 정들기전에…」라며 「독한」 마음을 먹고 포기했던 로라였다. 배냇짓하며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굴리던 모습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는 그 딸이 「못난」 엄마를 찾아온 것이다.

먼 발치에서 서로를 볼 수 있는 공연이 시작됐다. 엄마도 딸도 모든 것이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앞좌석을 마다하고 먼 발치에 자리를 잡은 엄마는 한 눈에 딸을 찾았으나 10여분간의 공연 내내 눈물 때문에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엄마에게 잘보이려고 그토록 많은 연습을 했던 딸도 「마음 따로 몸 따로」였다. 관람석의 엄마를 찾느라 실수를 연발했다.

공연이 끝난 뒤 최씨는 눈물속에 로라의 볼을 쓰다듬으며 양어머니의 딸 자랑을 들었다. 『밝고 명랑해 친구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다. 글짓기를 잘하고 수영과 승마, 아이스스케이팅도 수준급이다』

로라가 쑥스러운듯이 직접 그림을 그려 만든 머그잔과 자신의 성장과정이 담긴 앨범, 팔찌를 선물했다. 엄마는 예쁜 속옷을 건네며 11년전 생각에 또 눈물을 쏟았다. 이틀 뒤 출국하는 로라에게 손수 지은 따뜻한 밥 한 끼 해먹이지도 못하고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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