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한·일 축구전이 열린다. 대중매체가 이번만은 필승을 다짐하노라 호언장담하고 있다. 만우절 날 헛소리가 안되도록 한국측의 대비가 단단한지 궁금하다.말 따로 행동 따로 노는 버릇은 운동경기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국운이 걸려있는 나라살림에는 치명적으로 유해하다. 무엇보다 긴급한 사항은 IMF긴급금융시대를 벗어나는 싸움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무슨 일들을 벌이고 있는가.
국민경제 운용방식을 축구경기에 비유하는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국내시장 개방이전을 전반전, 개방이후를 후반전이라 치면 이제 공격해야 할 골문이 바뀐 줄 모르고 자살골을 차넣는 일을 되풀이 하면서 스스로 애국자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말이다. 비유를 좀 확대하면 국제무역기구(WTO)시대는 경기규칙 자체가 바뀌었음을 알아야 한다.
종전에는 보호주의적 규제조치가 애국적이었다. 요즘은 외국기업에 불리하게 기울게 만든 운동장 바닥을 고르게 바로잡아 내국기업과 대등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만들라는 「반듯한 경기장(Level Playing Ground)」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아직은 규제완화에 뒷짐지고 있으면서 자신을 애국자로 착각하는 관료들이 도처에 포진하고 있다. 이같은 착각은 IMF사태이후 언론계와 일반국민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어 유치해야할 외국인 직접투자를 오히려 내몰고 있다.
정부규제, 기업회계등 기준의 「투명성」요구는 우리 스스로 벌써 채택했어야 할 제도개선이다. 비유하자면 축구심판이 뚜렷한 규정에 따라 호루라기를 불어야 판정의 공정을 기할 수 있다. 국제경기는 물론 국내경기에서도 어느 일방에 편파적인 심판은 추방되어야 한다.
경기장과 심판은 그렇게 바로잡기로 하고, 정작 중요한 선수기용과 감독·코치진 구성문제를 살펴보자. 차범근감독등 지도진은 일류급으로 구성되었으나 선수기용에는 이런 저런 말들이 없지 않아 큰 경기를 앞두고 축구팬의 마음이 편치 않을 듯 하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경제를 되살릴 한국팀의 태세는 어떠한가.
우선 경제기구가 복잡다기해 대통령아래 최고사령탑이 어디인지 불분명하다. 지피지기(知彼知己)는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했던가, 상대팀 구성을 잘 살펴 각 포지션에 적수를 꺾을 수 있는 선수를 내세워야 한다. 강한팀과 대진할 때에는 상대방 고득점 공격수의 발을 묶을 선수, 상대방 수비진을 교란시킬 발빠른 선수등을 골라 최우수 선수진을 짜야 승리여신의 미소를 기대할 수 있다. 느긋하게 2진 선수를 기용할 수 있는 약체팀과의 경기에도 방심은 금물이다.
IMF사태는 긴밀한 국제관계와 신뢰회복의 필요성을 요구한다. 한국팀의 구성이 과연 이같은 사태극복에 최적인가를 의아하게 보는 따가운 시각도 있다. 튀는 처녀출전 선수들과 아직 전반전인 줄 알고 후반전을 뛸 선수들로 구성된 혼성팀이다. 현재같은 위기국면에도 지역과 성분에 따른 선수기용전략이 유효한 전략인지 몇달안에 판가름 날 것이다.
IMF이후 만개이상 기업이 도산하고 실업인구는 100만을 넘어 계속 불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딴전 벌이기는 여전하다. 북풍 파동속에 소속의원 지키기와 빼가기로 여의도는 소란하다. 이러는 가운데 시계침의 똑딱거림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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