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 ‘일괄연장 결의’도 온데 간데 없어/정부의지,금융권선 안통해연 매출 150억원대의 탄탄한 전문 건설업체인 M산업의 이사 양모(42)씨. 3월 말로 만기가 되는 대출금 2억원의 만기를 연장하기 위해 최근 거래은행을 찾았다. M사는 7년 동안 거래해 오면서 한번도 이자를 연체한 적이 없고 담보도 대출금을 초과한 상태. 5월이면 공사대금 5억원이 들어올 예정이어서 이달만 넘기면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은행의 대답은 「노(NO)」. 담당자 말은 『지금 은행 상황을 잘 알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지난 연말에도 은행이 어렵다고 해서 「꺽기(구속성예금)」로 들어 뒀던 적금 가운데 2억5,000만원으로 대출 일부를 갚지 않았느냐』고 사정했지만 소용 없었다. 사채 시장을 기웃거리기도 했지만 월 3%에 9% 수수료가 붙어 실제 금리는 연 45%나 되는 것을 알고 포기한 상태다.
이런 사정은 M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지난주 실시한 조사에서도 640개 중소기업 가운데 49.8%가 여전히 금융기관으로부터 신규대출 받기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32.6%는 대출이 오히려 줄었고 대출이 원활하다는 응답은 17.6%에 불과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중 평균 대기업 대출금리는 1.29%포인트 떨어져 연 18.74%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오히려 전달보다 0.18%포인트 올라 16.54%가 됐다. 중소기업 지원의 목소리는 높지만 중소기업의 금융조건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12월 1.49%에서 1월 0.53%로 떨어졌던 전국의 어음부도율은 중소기업 부도 증가로 2월 들어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6월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25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대출금을 6개월 이상 일괄연장하겠다는 은행들의 「자율 결의」도 온데 간데 없다.
A은행 지점장은 『은행 명예퇴직자들이 부실여신 때문에 명퇴금도 제대로 못받고 나가는 것을 지켜보다 보니 「대출 」이야기만 나와도 몸을 사리게 된다』고 말했다.
외국 언론에도 우리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은 「해도 너무 한 것」 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이달 8일자 기사에서 한국의 중소기업에 대한 「청소 작업」이 지난해 말에 이어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 뒤 『한국의 은행들은 더 큰 손해를 감수하면서 재벌에 대출을 해주고 있으며, 한국 정부는 중소기업은 방치하면서 은행이 대기업에 우선 대출해주는 것을 막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금융권은 지난해 10월 이후 지난달 말까지 해태 뉴코아 진도 등 11개 대기업에 무려 1조8,000억원대의 협조융자를 제공했다. 중소기업에 돌아갈 돈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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