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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채씨 신세계갤러리 인천점서 설치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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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채씨 신세계갤러리 인천점서 설치展

입력
1998.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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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작품,그러나 깊은 뜻이…『도대체 손봉채가 누구야』

지난 해 8월 제2회 광주비엔날레가 개막되자 미술계는 권력전(權力展)에 「보이지 않는 구역」을 출품한 한국작가 손봉채(31)씨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10평의 전시공간을 가득 메운 외발자전거. 가장 쉽게 권력의 의미를 알려주는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소문이 났다.

이 전시의 커미셔너 성완경씨와 당시 전시부장 이영철씨가 그를 주목한 계기는 비엔날레 개막 5개월을 앞두고 광주서 열린 「제1회 신세계미술공모전」. 그들은 출품작과 포트폴리오를 보고 손씨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손씨 자신은 브루스 노먼, 게리 힐같은 대가들과 작품을 한 데 전시한다는 말을 듣고 겁이 더럭 났다. 하지만 그는 직접 디자인한 독특한 외발자전거(자세히 보면 자전거 바퀴 중엔 후진하는 것도 있다)로 일을 내고 말았다. 미협에도 소속되지 않았고, 서울에서 그를 아는 이도 드물었지만 그를 궁금해 하는 사람은 하나둘씩 늘어났다.

지난 해 제1회 신세계미술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그가 신세계갤러리 인천점(032­430­1157)에서 4월5일까지 수상기념전을 갖고 있다. 이번엔 돼지를 내세웠다. 살아 있는 4개월짜리 요크셔다. 돼지는 대형 산소통 옆에서 먹고 또 먹다가 지치면 잔다. 관객들은 『그동안 우리는 너무 돼지처럼 살아온 것이 아닌가』하는 자연스런 반성의 시간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IMF는 결국 우리의 탐욕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산소통을 옆에 놓고도 그저 먹고 즐기기만 하는 우리는 한때 돼지였다』고 말한다.

그는 마주 본 두 개의 휠체어로 구성된 설치작품 「다음은 누구」에서 다시 묻는다.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그리고 유일한 초강대국 미국이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권력의 다음 희생자는 누가 될 것이냐고.

그의 설치는 쉽다. 주제와 표현이 쉽게 연결된다. 미술은 관객과 작가의 「기(氣) 싸움」. 쉬운 작품을 낸 작가를 관객들은 어떻게 볼까. 맥락이 닿지 않는 난해한 설치를 내놓는 작가에게 관객은 오히려 더 후하지 않았던가.

젊은 그는 말한다. 『작품은 쉽고도 어려워야지요. 관객이 작품에 쉽게 접근하지만 무궁무진한 상상의 가능성을 스스로 터득토록 하는 작품, 그게 좋죠』 전남 화순에서 태어나 조선대 미대를 나온 그는 92∼96년 뉴욕 플랫인스티튜트 유학기간을 제외하곤 고향을 벗어난 적이 없다. 아직 투박하지만 가능성에 사람들은 더 무게를 둔다. 그의 다음 변신이 또 기대된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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