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시대 문학은 희망 주어야”/“創批는 새로운 시각 예술적 수준의 고양 문학적 양심에 공헌”계간 「창작과비평」이 여름호(5월20일 발행예정)로 통권 100호를 맞는다. 66년 1월 창간된 창비는 암울했던 60∼70년대에 이 땅의 지식인과 예술가들에게 정신적 보금자리가 돼주었다. 32년간 창비와 함께 살아온 창간편집인 백낙청(白樂晴·60·서울대 영문과 교수)씨를 연구실로 찾아가 만났다.
27일 연세대에서 통권 100호 기념 학술토론회를 여셨지요.
『참 감개무량합니다. 창비를 직접 만든 사람들도 고생했지만 그동안 독자를 비롯해 주변에서 아껴 주신 덕에 살아 남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강제폐간과 출판사 등록취소를 겪으면서 국내외 지식인들이 서명운동을 벌이는등 정말 많이 도와주셨지요. 앞으로도 그 힘으로 버틸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96년 최원식(崔元植·인하대 국문과) 교수가 주간을 맡으면서 편집에서 손을 많이 뗐습니다. 이제 후배세대가 이끌어 나가야지요』
「백낙청의 시대」가 간 것입니까.
『제가 주름잡는 시대라는 뜻이면 간 것같습니다. 다만 꾸준히 연구한다는 의미라면 아직 안 갔습니다. 훌륭한 젊은이들이 선배를 압도할 수 있다면 세대교체 당하는 것도 좋지요』
창비를 창간하신 취지는 무엇입니까.
『좀 더 수준높은 잡지를 해보자는 거였지요. 특히 당시 문학은 사회와 역사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문학과 다른 분야를 연결해 문학의 폭도 넓혀 보고 싶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 현실에 밀착된 지적 대응, 특히 문학분야에서 새로운 시각을 열고 예술적 수준을 높이고 문학적 양심을 지키는 데 그래도 좀 공헌했다고 생각합니다』
80년 7월 국보위 결정으로 강제폐간당했을 때 심경이 어떠셨나요.
『당시 워낙 터무니없는 일로 잡혀가고 고문당하고 「문학과 지성」등 다른 잡지도 같이 폐간된 터라 특별히 억울하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대로 주저앉을 순 없어 85년 부정기간행물 식으로 57호를 냈지요. 그 덕에 출판사가 등록취소됐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시대를 맞았습니다. 창비의 대응은 무엇입니까.
『창비 편집자들은 IMF 사태가 단순 금융위기가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가 추구해온 발전모델이 한계에 부딪친 것으로 봅니다.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자본주의가 전세계를 휘두르는 시대에 이제 자본주의의 쓴 맛을 제대로 보기 시작한 거지요. 지금은 안개 속에서 어디로 가는지, 누가 적인지도 모르는 모색단계입니다. 이런 시대일수록 단순처방만 찾지 말고 문제를 깊이 멀리 보면서 장기적 변혁의 전망을 찾아야 합니다』
IMF 시대에 문학과 예술의 역할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요.
『이제 문학은 지성과 감성을 모두 포함하는 작업이어야 합니다. 이 어려운 시절에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 들며 희망과 자신감을 되찾아줄 수 있어야 합니다』
74년부터 줄곧 주창해온 민족문학론은 아직도 유효합니까.
『그 문제의식이나 지향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단 시대가 달라진 만큼 구호처럼 남용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지금 민족적으로는 여전히 분단상황입니다. 남북 어느 한 쪽의 국민문학이 아니라 민족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문학이어야지요. 또 미국 중심의 상업주의문화가 자본의 힘으로 각 나라의 특성과 창조성을 획일화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세계화에 저항하고 좀 더 바람직한 세계문학을 만들기 위해서도 나라마다 민족문학 정립이 필요합니다』
소설가 황석영씨가 석방됐는데요….
『본인도 「이제 예술을 해야겠다, 작품 열심히 쓰겠다」고 하니 정말 기대가 큽니다. 그런 마음이라면 나머지는 알아서 잘 할 사람입니다』
1월로 회갑을 넘기셨는데 이제 뭘 하실 계획입니까.
『연구·집필이지요. 곧 평론집 「흔들리는 분단체제」(가제)가 나올 것이고 D.H.로렌스 연구서도 작업중입니다』<이광일 문화과학부 기자>이광일>
□약력
1938년 대구 출생
55년 경기고 졸업후 미국 브라운대 입학
66년 「창작과비평」 창간
72년 D.H.로렌스연구로 하버드대서 박사학위.
서울대 영문과 조교수
74년 민주회복국민선언 서명으로 파면
76년 창작과비평사 대표
77년 반공법 위반혐의 불구속기소 80년 서울대 복직
87년 민족문학작가회의 부회장
96년 3월∼98년 3월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
현재 서울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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