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천천히 큰 구도로”/자민련 “빠르게 각개격파”정계개편이 가시화하는 와중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미묘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조세형(趙世衡)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과 박태준(朴泰俊) 자민련 총재 등 양당 지도부는 정계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그 속도와 시기, 방식 등에 대해서는 서로 생각이 다르다.
우선 속도에서 편차가 있다. 자민련은 적극적이고 국민회의는 상대적으로 보폭을 조절하고 있다. 방식에 있어서도 국민회의는 큰 구도의 변화를, 자민련은 개별적인 의원 영입을 선호하고 있다. 대상 지역도 국민회의는 수도권과 PK, 자민련은 충청권과 TK에 집중하고 있다.
자민련은 「김종필(金鍾泌) 총리 임명동의」라는 현안을 안고 있어 하루라도 빨리 야대(野大)를 붕괴시켜야한다는 입장이다. 박태준총재가 여러차례 『정치는 결국 숫자』 『한나라당은 붕괴돼야 한다』 『정계개편은 시대적 요청』이라는 강공발언을 던진 것도 속전속결의 전략을 바탕에 깔고 있다. 장기적으로도 공동정권 지분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내각제 개헌의 지렛대를 갖기 위해 이른 시일내에 정계가 재편돼야한다는 입장이다.
자민련의 이런 자세에는 한나라당의 민정계의원 20여명을 영입할 수 있다는 자심감이 뒷받침하고 있다. 자민련은 나아가 4·2 재·보궐선거와 한나라당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서는 한나라당의 이탈규모가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대폭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반면에 국민회의는 극단적인 여야대립의 부담 때문에 자연스러운 정계개편을 선호하는 인상이다. 국민회의는 또 「동교동상도동 연합」 「민주세력 대연합」 「대연정」 등의 큰 구도의 개편을 선호하고 있다.
실제 여권 핵심부는 일차적으로 야대구조의 붕괴를 도모하고 보다 장기적으로는 대연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수도권 의원들은 개별영입하고, 지역정서 때문에 당장 합류가 어려운 PK의원들에 대해서는 한나라당과 분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구상은 결과적으로 자민련의 영남세 확대를 견제하는 측면도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정계개편의 각론에서 양당의 편차가 엄존하고 있지만, 큰 틀의 목적에 대해서는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는 점에서 갈등양상으로 변질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양당은 정계개편의 과정에서 이견을 조율하며 경쟁적 협조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김병찬 기자>김병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