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부채 400%… 200%로 감축 의문한국의 재벌은 거대한 빚덩어리다. 경기가 좋으면 경쟁적인 몸불리기 투자를 위해, 경기가 나쁘면 이자를 대고 운영자금확보를 위해 빚을 낸다. 무수한 대기업들이 금융비용을 견디지 못해 침몰하고 결국 국가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로 몰락해갔던 지난해에도 재벌들은 전보다 훨씬많은 은행빚을 얻어썼다.
◆빚 왜 늘어났나
환율상승이란 불가항력적 요인도 있다. 외화대출을 많이 쓰는 대기업들로선 추가차입없이도 환율상승분만큼 외화대출잔액이 고스란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율요인은 빙산의 일각. 재벌들은 지난해 경기부진으로 매출(수입)이 둔화하자 생산감축, 부동산매각, 부실계열사처분같은 구조조정이나 자구노력 보다는 빚을 얻어 거대한 덩치를 지탱해나갔다. 은행감독원 관계자는 『아무리 돌발적 상황이 많았다해도 1년동안 30대 재벌의 여신규모가 43%나 늘어났다는 것은 방만한 차입경영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부실대기업들을 떠받치기 위해 작년 하반기부터 남발된 협조융자는 은행여신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큰 재벌일수록 빚많이 쓴다
현대 삼성 대우 LG 한진등 5대 재벌의 작년말 현재 은행빚은 66대 재벌 여신총액의 54%에 달하는 67조9,223억원. 우리나라 지난해 예산(일반회계 67조6,000억원)보다도 많다. 또 5대 그룹이 1년간 늘린 은행빚은 21조7,548억원으로 국가예산의 3분의1에 육박한다. 일반서민이나 중소기업에겐 한없이 높은 은행문턱도 재벌에겐, 특히 상위재벌에겐 통용문이었을 뿐이다. 재벌이라면 무작위로 돈을 빌려준 은행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삼성을 제치고 여신서열 1위로 올라선 현대그룹은 지난해 7조1,063억원, 삼성 4조9,970억원, 대우 5조5,000억원, LG는 2조4,151억원의 빚이 늘어났다. 특히 현대는 한해동안 늘어난 빚규모가 5위 재벌인 한진그룹의 여신총액(5조5,089억원)보다도 많았다.
◆빚줄인 재벌은 한 곳뿐
66대 재벌중 빚을 줄인 곳은 통일그룹(210억원 감축) 한 곳 뿐이다. 지난해 주거래 계열기업군에 들어있다가 금년에 빠진 재벌은 기아 한라 진로 뉴코아등 모두 10개이나 한결같이 법정관리 및 화의에 들어갔기 때문이며 빚을 줄여서 나간 곳은 하나도 없다.
반면 여신총액이 2,500억원을 넘어선 기업은 대농계열사를 인수했던 신동방과 성원건설을 비롯, 총 13개나 됐다.
◆비상걸린 부채비율감축
96년말 현재 10대 재벌의 부채비율은 평균 382%. 폭발적인 여신증가로 현재 부채비율은 400% 초과가 확실시된다. 재벌들은 은행여신을 포함한 모든 빚을 2년안(97년 기준)에 절반이상 줄여야하나 이 목표비율을 달성할 확률은 현실적으로 제로(0)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 은감원은 부채비율감축계획을 강행할 예정이어서 재벌들은 재무구조우량 극소수 계열사만 남기고 모두 팔든지 증시등 직접금융시장을 통해 증자등을 해야할 처지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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