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측기구 ‘라디오 존데’ 시베리아지역서 못띄워 韓·日 등 주변국에 ‘민폐’요즘 기상예보가 웬지 전같지 않다는 얘기가 많다. 빗나가는 경우가 잦은데다 돌발적인 기상변화에는 특히 취약하다는 것이다. 원인은 뜻밖에도 러시아의 경제사정. 형편이 어려운 러시아가 기상관측용 기구(氣球)인 라디오 존데(Radio Sonde)를 제대로 띄우지 못하는 탓이다.
29일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의 재정긴축 정책으로 시베리아 지역의 라디오 존데 발사횟수가 96년 2월 하루 86회에서 같은 해 9월 44회, 지난해 2월 30회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한차례 띄우는데 40만원정도가 드는 라디오 존데는 기압·온도·습도·풍향계 등 기상관측장비가 매달린 지름 1.5m의 수소가스 풍선. 지상 1,500∼2,000m로 올라간 뒤 1시간30분∼2시간 후 터지기 때문에 매일 전세계 수천 곳에서 그리니치 표준시로 0시와 낮12시 2차례씩 띄워 올린다. 우리나라의 발사지점은 포항, 광주, 고산(제주), 오산 등 4곳.
라디오 존데 관측값은 전지구적인 기상흐름을 읽는 핵심자료이기 때문에 WMO를 통해 각국이 공유하는데 시베리아의 관측횟수가 크게 줄어 모든 나라에서 예보의 정확도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WMO는 지난해 9월 러시아측에 시베리아 라디오 존데의 발사횟수를 늘려주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라디오 존데 발사횟수 감소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는 바로 우리나라. 기상청 정순갑(鄭淳甲) 수치예보과장은 『우리나라 날씨가 주로 시베리아 기단과 북태평양 기단의 세력관계에 따라 결정되기때문에 시베리아 라디오 존데의 관측부실로 예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예보의 정확도가 10% 이상 떨어졌다』고 말했다. 우리보다 시베리아 기단의 영향을 덜 받는 일본조차 기상청 24시간 예보의 정확도가 과거 60시간 예보때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따라 우리나라와 일본 기상청은 인공위성의 수증기 관측자료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세계기상기구도 시베리아 상공을 통과하는 민간항공기로부터 정기적인 정보를 얻는 계획을 추진중이다.<이은호 기자>이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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