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産災)환자와 간병인·자원봉사자로 만나 가정을 이룬 다섯쌍이 28일 탄생, 친지들의 축복을 받았다.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근로복지공단에선 이날 산업재해로 투병중인 장애인들과 조건없는 사랑을 나눈 다섯명의 결혼식이 올려졌다. 이날 식장은 예식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감동의 눈물이 이어졌다.
휠체어에 의지해 입장한 신랑들은 일터에서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된 30,40대의 장애인들. 4∼14년의 오랜 투병생활을 해온 휠체어의 신랑들은 가정을 꾸리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가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 감격의 기쁨을 가누지 못했다.
23살에 불구가 돼 14년간 병상을 지킨 최병구(崔秉求·37)씨에게 이날은 더더욱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84년 (주)서울피스톤에서 일하다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최씨는 지난해 6월 병원에 자원봉사온 연상의 고순자(高順子·43)씨를 처음 만났다. 만남이 지속되면서 정이 깊어져 결혼하게 됐다.4남1녀의 고명딸로 홀몸으로 지내온 고씨는 칠순 노모까지 나서 반대했으나 『성한 내 한 몸을 희생해서 다른 사람이 편할 수 있다면 더이상 즐거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최씨와 결합을 했다. 최씨부부는 인천 부평에 월세 15만원에 방을 얻어 신접살림을 차릴 계획이다.
4년전 대명탄광에서 광차에 부딪혀 재해를 당한 김양근(金陽根·30)씨도 3살 연상의 김미라(金美羅)씨와 결혼,부인의 딸을 자신의 호적에 입적시켰다. 또 84년 영월탄광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정채운(鄭采雲·43)씨는 친구소개로 병원에서 만난 김복실(金福室·40)씨와 가약을 맺었다. 딸 하나를 둔 김씨는 6년간 고민하다 정씨의 진실한 마음에 끌려 가정을 이루기로 하고 강원 정동진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이날 결혼식을 올린 신부는 인천중앙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했거나 자원봉사자로 일한 「천사」들로 특히 하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이태규 기자>이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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