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주주의 전횡에 맞선 소액주주의 권익보호운동이 눈에 띄는 성과를 얻고 있어 주목된다.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높이고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해야 한다는 IMF 체제 이후의 당면 시대적 요청에 비춰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기업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주주이다.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이 기업경영에 대해 자신들의 권익을 지킬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지금까지 우리의 현실은 지배주주의 전횡과 독선만 있었고 다수 소액주주의 목소리는 비집고 들어설 틈새조차 없었다. 전문경영인이라고 해도 자신을 선임해 준 대주주의 이익에만 충실했지 대다수 소액주주의 이익은 안중에도 없었다. 계열사끼리의 부당한 내부거래로 회사이익을 빼돌려 엄청난 피해를 입혀도 주식지분이 모래알같이 흩어져 제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사실 자체에 대한 정보접근조차 막혀 있었다. 특히 재벌들의 경우 기업재산이 마치 총수 개인 것처럼 치부되어도 견제하는 장치가 없었다.
참여연대란 시민운동단체가 비록 앞장섰지만 SK텔레콤과 삼성전자의 최근 주총에서 대주주로부터 투명경영약속을 얻어낸 성과는 경시(輕視)된 소액주주권익의 회복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전환점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 같다. 모래알같은 작은 힘도 뭉치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각을 일깨운 계기로서도 그렇지만 안하무인격이었던 지배주주의 전횡에도 경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의 경우 회장의 아들과 사위가 부당내부거래로 얻은 이익을 회사에 환원토록 하고 사외이사 감사의 경영감시기능을 강화했는가 하면 삼성전자의 경우 총수 아들에게 거액이득을 안겨준 전환사채발행, 가공회사를 통한 계열사의 자동차부문 우회출자 의혹등이 제기되어 논란을 빚고 일부 사안에서 시정약속을 받아냈다고 한다. 과거에는 기대할 수 없었던 변화의 기류이다. 새 기류와 함께 정부가 상법개정을 통해 소액주주의 뜻이 기업경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누적투표제 주주제안권등을 신설하고 경영진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주주대표소송요건을 완화키로 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일이 있다. 주주의 관심은 일반적으로 주가상승과 배당증액이다. 회사경영이 마음에 안들면 주식을 팔아치울 수도 있는 입장이다. 소액주주의 커진 목소리가 기업을 단기업적주의로 몰고가면 기업은 긴 안목으로 반드시 해야 할 투자를 기피하고 눈앞의 이익증대만 좇아 불급한 인력해고를 남발하는 미국식 경영의 폐해를 낳는다. 소액주주의 권익보호운동이 기업이나 국가경제의 발전과 괴리되면 지속력을 잃는다는 점을 유념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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