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다른 예술 장르에 비해 작품의 창작에 소요되는 비용이 몇 십배 혹은 몇 백배에 이른다. 때문에 투자 만큼의 이윤을 회수하지 못하면 또다시 투자하는 것이 연기되거나 불가능해지고 만다. 그래서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구사되고 치밀하고 계획적인 마케팅이 무엇보다 중요시 되는 것이 영화라는 매체다. 이것은 마치 기업체에서 상품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판매하기 위해 갖가지 경영 전략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그래서 「영화 상품」또는 「영화 산업」이라는 말이 부자연스럽지가 않고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로지 예술로서의 영화나 작가로서의 감독만을 고집하는 영화인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게 정직한 현실이다. 현재의 한국 영화계를 폭넓게 지배하고 있고, 수많은 작가와 감독을 압박하고 있는 이 상업적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제작자 기획자 작가 감독을 현재의 한국 영화계에서는 찾아 보기 힘들다.
그런데 문제는 영화가 자동차나 전자 제품과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진 상품이라는 데에 있다. 영화는 기계적인 생산과정과 함께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열정, 인생에 대한 통찰 등 수치로 계산할 수도 없고,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도 없는 고도의 지적정서적 작용이 복합된 결과로 탄생된다. 이런 영화의 복잡하고 미묘한 창조 과정과, 창조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될 때 영화는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도의 상품 논리는 고도의 예술 논리와 결합했을 때 비로소 그 힘을 얻는 것이고, 예술성 또한 건강한 상업적 뒷받침을 받았을 때 완성도와 지속성을 보장 받을 수 있다.
현대에 들어 영화의 산업적 기능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 그에 따라 영화의 예술적 기능 또한 강화되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자신만의 주관성과 관념성에 침몰되어 관객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예술성이 아니라, 진정한 감상과 삶의 지혜 그리고 미적 완성도를 갖춘 영화의 탄생이야말로 모든 영화인들의 꿈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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