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덩치 큰 유러를 선택했다.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가 최종 선정을 6주 앞두고 25일 추천한 유러 출범 회원국수는 당초 예상됐던 8∼9개국을 넘어 11개국에 달했다.92년 체결된 마스트리히트조약의 유러 가입기준은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하일 것 ▲공공부채가 GDP의 60% 이하일 것 ▲인플레율이 회원국중 가장 낮은 3개국 수준보다 1.5% 포인트를 초과하지 않을 것과 장기이자율 및 환율안정도 등 5개 항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추천된 이탈리아와 벨기에는 일부 항목에서 명백히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탈리아와 벨기에의 공공부채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각각 GDP의 121.6%, 122.4%를 기록했다.
독일 등 일부 주도국은 막바지까지 가입기준의 엄격한 적용을 주장했다. 기준 미달국의 유러참여는 결국 유러통화의 안정성에 심각한 잠재적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최근 열린 EU재무장관 회담에서는 달러와 엔화에 대항해 유러를 단숨에 세계 기축통화로 부상시켜야 한다는 점과 유럽통합과정에서 차지하는 유러의 정치적 의미가 보다 중요하게 감안됐다. 자크 상테르 EU집행위원장은 『추천국들은 이미 기준을 충족했거나 기준에 다가가고 있는 국가들』이라며 이탈리아와 벨기에를 출범 회원국에 포함시켰다. 이번에 추천된 11개국은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5월2일 EU정상회담의 승인을 거쳐 99년 1월1일부터 유러출범에 합류한다. 11개국, 2억9,000만명의 인구와 전세계 GDP의 19.4%, 세계 무역의 18.6%를 차지하는 거대 단일통화권이 달러와 엔화에 대항해 마침내 출범하게 된 것이다.
EU정상회담에서는 유러와 각국 화폐간 교환비도 아울러 결정한다. 이를 근거로 유러 출범 직후부터 회원국의 국제·국내 상거래 결제에 유러가 통용되며, 3년 후인 2002년부터는 각 회원국 화폐 대신 유러 지폐와 동전이 유통된다. 바야흐로 세계 금융·경제가 거대 유러의 도전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장인철 기자>장인철>
◎미합류 4개국은/英·덴마크자국통화 포기못해/스웨덴·그리스가입기준 미달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가 25일 추천한 유러 출범회원국에는 EU의 15개 회원국 가운데 영국 덴마크 스웨덴 그리스가 빠졌다. 집행위는 스웨덴과 그리스는 가입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스웨덴은 인플레이션, 재정수지, 공공부채비율 등에서 가입기준을 충족하고 있으나, 유러 참여에 대한 의회의 반대 분위기 등이 감안됐다.
유러 미합류국 가운데 가장 중요한 나라는 영국. 가입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영국은 토니 블레어 집권 이후 유러 가입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입장을 수정했으나, 파운드화의 포기가 국가 독립을 침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국민감정을 고려해 결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은 의회연설을 통해 『2002년 차기 의회가 출범하기 전까지는 유러 가입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유러 참여를 계획보다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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