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과학기술력은 세계 17위」. 과학기술부가 24일 국제학술지에 실린 과학기술논문수를 근거로 발표한 순위다. 그러나 실상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별로 자랑스러울 것이 없는 실적임을 알 수 있다.지난 해 우리 과학기술자들은 세계 102개국중 17번째로 많은 9,124편의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96년에 7,295편이 발표된 것과 비교하면 25%나 증가했으므로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이 사실이다. 90년이후 논문발표증가율로는 세계 1위이다. 순위가 92년 30위, 94년 24위, 96년 19위로 해마다 비약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양적인 측면은 이렇게 화려하지만 논문의 질(質)을 알려주는 인용빈도는 크게 처진다. 92∼96년 5년동안 우리나라가 발표한 논문 2만1,384편이 외국논문이나 학술지에 참고자료로 인용된 횟수는 3만3,447번이었다. 논문당 인용횟수가 1.56회에 불과한 셈이다. 이 수치는 전체 국가중 65번째로 하위권에 속한다. 세계 평균치인 8회에도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페루 칠레 수단 멕시코 브라질 자메이카보다도 뒤진다. 한 마디로 숫자는 크게 늘었지만 별로 가치없는 논문이 수두룩한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연구의 결과여야 할 논문이 승진이나 연구비 신청의 수단으로만 인식되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이 내실보다 실적만 강요하고 있다」는 연구자들의 지적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 해 초만 해도 국민총생산(GNP)이 세계 11위라는 발표가 있었다. 선진7개국(G7)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부푼 희망과 함께 흥청망청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 시절이 빚으로 만들어진 허상의 시대였다는 사실을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다. 외화내빈(外華內貧)의 과학기술논문도 허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