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측의 요구로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북풍(北風)관련 긴급현안 질의는 우리 정치권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이날 질의에 나선 여야 의원들은 진실규명을 하겠다는 미명아래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에 바빴다. 자신은 혐의가 없음을 전제로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려는 주장들이 난무했다. 의원들은 한결같이 우리가 처한 경제적 위기상황을 거론하며 「정쟁(政爭)중지」를 약방의 감초처럼 끼워 넣었지만 국회 본회의장은 정쟁의 한 복판에 서 있었다. 오히려 국회가 경제위기 해결의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셈이다.
집권여당의 「대북(對北) 커넥션」의혹을 따지겠다며 긴급현안 질의를 요구했던 한나라당측은 신빙성을 의심받고 있는 「안기부 문서」를 토대로 각종 의혹을 부풀리기에 바빴다. 여권도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 의혹을 흘리기는 마찬가지였다. 한나라당의 정치공세에 맞서 역시 정치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정면돌파 의지를 앞세운 탓이다. 이같은 정치공방속에서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섣부른 설전이 가져 올 후유증을 염려하는 분위기를 찾기 힘들었다. 긴급현안 질의를 「안기부 문서」에 거론된 자신의 관련 의혹을 해명하는 기회로 삼고자 하는 의원도 있었다.
여야는 진실규명을 외쳤지만 긴급현안 질의는 애초부터 진실규명의 장이 될 수 없었다. 북풍공작은 당연히 국민적 의혹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고 그 진상은 성역없이 밝혀 져야 한다는 것도 국민적 과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진실은 수사가 진행중인 검찰과 안기부에서 가려져야 할 사안이다. 이날 여야 의원들의 질의를 듣다보면 사정당국에서 의혹을 철저히 밝혀 진상을 공개하면 될 것을 왜 이 문제가 국회에서 정쟁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 의아해 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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