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개월 동안 나라 전체가 IMF 태풍권 안에 놓여 있다. IMF 초강력태풍과 함께 우리 시야에서 갑자기 사라진 말 가운데 하나가 세계화다. 불과 얼마 전에는 모든 것을 세계화하라고 하더니 이제는 다시 우리 것이 가장 소중하다고 한다. 한국경제의 거품을 돌이켜 보면 당연한 일이다.준비없는 과도한 시장개방과 무분별한 소비문화는 이 미증유의 비극을 낳은 직접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 보면 발등의 불에만 신경을 쓰다 먼산의 불은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세계화는 거품이나 담론 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로 존재한다. 문제의 핵심은 그동안 세계화가 갖고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보지 못하고 장밋빛 허상에만 취해 있었다는 데 있다.
또한 우리는 여전히 「세계화냐 경제적 민족주의냐」라는 양극단 만을 오가는 사고방식에서 자유롭지 못한 듯하다. 이런 극단적 사고방식이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것은 단기간 내에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후발산업국의 생존 문제를 고려할 때 불가피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로운 현상과 사건에 거리를 두고 신중히 판단하는 것에 우리 사회가 아직도 익숙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한 걸음 물러 서서 보면 IMF 체제야말로 세계화가 우리의 일상 깊숙이 자리잡았다는 구체적인 증거라 할 만하다. 날로 그 위력을 더해가는 금융자본의 세계화는 IMF 체제를 낳은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다.
또 금융자본의 이러한 세계적 이동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보혁명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세계화는 미화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배격할 수도 없는 진행형의 현실이다. 새 안경을 쓰는 것은 현실을 보다 뚜렷하게 보기 위해서이지 과거를 모두 망각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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