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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4명 동반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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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4명 동반자살

입력
1998.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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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층 아파트서 투신… 가정형편 등 비관 유서25일 오후 6시30분께 서울 동대문구 H아파트 123동 20층에서 모여중 3학년 임모(16) 이모(16) 송모(16) 박모(16)양 등 4명이 50여m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이들과 같은 학원에 다니는 서모(16·중3)군에 따르면 이날 학원을 가기위해 서군 등 남학생 4명과 여학생 5명이 임양 집에 모였는데 임양 등 4명이 갑자기 『따라오지 말라』며 밖으로 나가 뒤따라 갔으나 말릴 사이도 없이 20층에서 3명이 손을 잡고 1m높이의 복도 난간을 넘어 투신했고 1명이 뒤따라 뛰어내렸다.

서군은 경찰에서 『임양 집에 갔을 때 여학생 4명은 서로 인형과 염주를 교환하고 「낮에 수면제를 먹었는데 죽지못했다」고 말하는 등 이미 자살을 결심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20층 복도에 신발 4켤레와 교복치마 1벌을 벗어 놓았다.

이들은 부모나 친구 등에게 남긴 8장의 유서에서 『집에 돈이 없어 들어가기는 싫었지만 엄마는 정말 사랑했어요』 『빨리 다른 세상에 가고 싶어』『내가 천국에 가서 우리가족의 수호천사가 되고 싶다』 『아빠의 술주정이 나를 힘들게 했지만 이제는 용서할 거야』고 적었다.

이들은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친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부모들이 노동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등 가정형편이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

학교측은 『이들은 평범한 학생으로 학교생활에 별 문제가 없었으나 최근 일부가 결석하는 등 가정사정을 고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이 어려운 가정형편등을 비관하다 동반투신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동기를 조사중이다.

이에앞서 1월3일에는 서울 도봉구 쌍문동 모아파트에서 김모(16·중2)양 등 3명이 동반 투신자살했다.<김동국·정진황 기자>

◎한양大 김광일 교수 진단/“사춘기땐 친구불행 자기일로 동일시 경향”

한양대 의대 김광일(金光日) 교수는 최근 청소년들의 잇딴 집단자살에 대해 『사춘기 청소년들은 부모가 싸우는 등 가정불화가 있는 경우 자신이 마치 피해당사자인 것처럼 심한 좌절과 모멸감을 느끼게 된다』며 『이 경우 자신감을 잃고 세상을 비관하게 되며 심하면 자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집단자살을 하는 이유에 대해 『청소년들은 서로 같은 색깔의 옷을 입는다든지 행동양식을 일치시키는 동일시(同一視)현상이 있다』며 『4명의 중학생이 똑같은 종류의 가정불화를 겪지않았다 하더라도 좌절의 심정이 같다면 집단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아버지가 어머니를 구타하는 폭력가정의 경우 자녀도 구타당할 확률이 75%에 이르며 부모끼리 심한 욕설을 주고받아도 자녀의 자존심은 심하게 상처받는다는 것. 김교수는 이 경우 자녀들은 부모에게는 적개심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이를 자신에 대한 모멸감으로 바꾸기 때문에 대체로 자신감을 잃고 무기력해진다고 분석했다.<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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