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적 화사함이 물씬 풍기는 그레이룩이 떠오른다올 봄 패션계의 화두는 「회색의 재발견」. 따스하고 다소 무거워보이는 느낌 때문에 전통적으로 추동복에 주로 쓰이던 회색이 올 봄 최고의 유행색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색상도 환골탈태를 할 수 있다면 이 봄의 회색이 그 주인공이다. 지적이지만 우울한 분위기는 싹 가시고 화사함이 물씬하다. 순수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의 옅은 회색, 파랑과 보라색이 약간 섞여 눈맛이 시원한 회색, 차갑고 세련된 은회색 등 같은 계열이라도 분위기는 각양각색이다.
회색의 인기는 마크 제이콥스, 캘빈 클라인 등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들이 지난해 가을 열린 98춘하컬렉션에서 그레이룩(Gray Look)을 다투어 선보일 때 이미 예상되었다. 다만 국내에서는 봄철에 늘 각광받는 화려한 원색을 아예 배제한채 회색이 독주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주)진도의 여성복브랜드 「리씨」 디자인실장 이소영씨는 『사회분위기에 맞춰 옷차림도 차분하게 하면서 봄의 화사함을 살리려는 시도가 도시적이고 경쾌한 회색 유행을 낳았다』고 분석한다.
소재의 다양화는 회색 옷의 유행을 거드는 또다른 요인이다. 편안한 울과 니트, 저지, 시스루, 샤이닝 소재 등이 다채롭게 사용돼 선택의 폭을 넓혀 준다. 보통 회색은 가을부터 초봄까지 외투속에 받쳐입는 울소재 정장에 많이 쓰였지만 최근에는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봄여름용 단품에 독립적으로 사용돼 소비자의 입맛에 따라 개성적인 연출이 가능하다. 특히 이번 시즌의 회색 옷들은 몸판과 소매부분의 짜임을 달리 하거나 체크무늬를 넣는 식으로 단조로움을 피한 것이 눈길을 끈다. 니트 상의의 경우 가슴 앞부분을 명치까지 깊게 파서 안에 입는 옷과 대비효과를 줄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 봄 회색을 제대로 소화하는 비결은 비슷한 농도의 파스텔계열 색상과 조화시키는 것이다. 코디네이터 정윤기씨는 『회색 옷을 입을 때 상하의중 한쪽은 다른 소재의 연분홍이나 하늘색 옷을 입는 것이 신선하고 세련된 멋을 더해준다. 농담이 다른 회색 옷으로 위아래에 통일감을 주는 것은 너무 상투적이어서 구식처럼 보이기 쉽다』고 일러준다.
흰색과의 조화도 주목받는 색 배합이다. 흰색 셔츠에 회색의 통 넓은 바지나 무릎길이 치마를 곁들이면 전문적인 직업여성 분위기를 한껏 강조할 수 있다. 이때 흰색 셔츠는 실크보다는 질 좋은 면소재가 좋고, 무늬없이 깨끗한데다 셔츠 깃은 직선으로 디자인된 것들이 훨씬 도회적인 멋을 풍긴다.
단조로움을 무릅쓰고 회색 정장을 차려 입을 때는 속에 선명한 핑크색이나 빨강색 옷을 곁들여 활기찬 분위기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새로 회색 옷을 구입할 때는 가능하면 옅은 갈색이 도는 회색은 피한다. 언뜻 보기에는 자연스럽고 여성적인 색상이지만 입었을때 나이들어 보이는 단점이 있다.<이성희 기자>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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