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전선 이상있다」 전령사들이 한결같이 전해오는 전갈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달이 지났건만 정쟁과 언쟁속에 개혁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집권세력의 개혁파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고 노쇠한 나라 같은 인상마저 풍기고 있다. 선거때의 연합이 곧 공동정부가 될 수 없는 만큼 지금쯤은 개혁정부 본연의 모습을 챙겨볼 일이다. 개혁에는 개혁의 청사진과 프로그램, 정책시행의 순서·단계·속도, 개혁추진인물의 정확한 배치가 성공의 관건이다.개혁의 사령탑에서는 이런 것들을 차분히 점검해야 한다. 위로부터의 개혁에는 국민의 동의가 필수적인 것이므로 개혁을 갈망하는 국민들과 개혁지지세력들이 대오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언제나 정도(正道)로 나아가야 한다. 개혁은 당위성의 강조만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처한 역사적단계와 국제적 상황을 고려하면 새 정부에서도 개혁의 기본가치는 여전히 민주화와 세계화다. 민주화는 국가제도와 국정운영 전반에 걸친 민주화를 의미하는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철저히 구현하는 작업이다.
권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권력의 자의적인 행사를 척결하는 것이다. 다수의 의지가 소수의 염원을 존중하는 것이고 의사소통이 종횡으로 원활한 가운데 합리적인 권위로 공동체의 구심력을 창출하는 것이다. 민주화는 국정운영을 예측가능하게 하고 안정된 시스템에서 나라의 일이 행해지게 한다. 공권력은 국민위에 군림하는 「무서운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수단으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현대민주주의는 참여민주주의를 의미한다. 참여민주주의는 국정운영의 투명화와 개방화를 전제로 한다. 시민사회를 활성화하여 나라의 일에 시민들의 일상적인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모든 것은 한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법에 따라 행해질 때 비로소 가능한데, 법치주의야말로 민주화의 정초(定礎)다.
세계화는 오늘날의 전지구적(Global) 환경에서 국가의 제도·운영과 시민의 삶을 세계적인 수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 문화 복지 경제 정치등 전부문의 제도와 활동의 수준이 국제적 수준에 맞도록 하는 것이다. 정보와 지식과 자본이 국경을 넘어 안방 드나들 듯 하는 전지구적 환경에서 이제는 「국내용」으로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도는 물론이고 개개인의 의식이나 역량에서도 「국제용」이 되어야 한다.
세계화에는 개개인이 다문화적(Multicultural)인 인식태도와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외국과 외국인에 대한 맹목적 추종이나 배격과 같은 극단주의는 더 이상 21세기적인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같은 세계 무대에서 외국인과 함께 활동하고 경쟁하는 삶의 방식이 요구된다. 상황이 어렵다고 신파조 연극이나 보며 눈물 찔끔거리고 「우리끼리」 쪼그려 앉아 있자고 하는 것은 이제까지 쌓아놓은 우리의 역량을 무력화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세계화에는 「세계화의 덫」을 조심해야 한다. 오늘날 세계화전략에는 경쟁이 그 중심원리로 작용하고 있는데, 무한경쟁만 강조하다 보면 약육강식의 정글로 빠져들게 된다. 무한 경쟁에서는 강자만 살고 약자는 모두 죽는다. 개인이나 나라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세계화에는 약자에 대한 배려와 우리나라가 능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주체적인 전략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파고를 넘는 것도 이런 세계화 전략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세계화의 덫」이 겁난다고 하여 세계화를 포기할 수는 없다. 세계화는 여전히 이 시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실천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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