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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용암’이 꿈틀거린다/홍선근 국제부 차장대우(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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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용암’이 꿈틀거린다/홍선근 국제부 차장대우(앞과 뒤)

입력
1998.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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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래의 구형 TV로는 한 개의 채널만을 시청할 수 있다. 한 방송을 보다가 다른 방송을 시청하려면 채널 스위치나 버튼을 조작해야 한다. 동시에 두 채널을 볼 수는 없다. 우리 사회의 「핫 이슈」도 이와 마찬가지다. 하나의 이슈가 뜨면 다른 이슈는 사그러진다. 복수의 이슈가 병존하기 힘들다.안기부의 「북풍 이슈」가 뜨자 어느샌가 다른 이슈들은 가라앉았다. 실종이다. 총리인준 문제가 실종되고 장관들의 부동산투기 의혹이 침몰하는 건 그런대로 봐줄 수 있다 치자. 이 틈을 타 「변호사들도 부가세를 내야 한다」는 법안이 국회에서 슬그머니 백지화한 건 심하다. 법조인들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아니라 부담만을 안기는 짐임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닌데도 북풍의 그늘에 가려 잘도 그냥 지나간다.

정작 경제 이슈가 전체적으로 실종되고 있는데 이르러서는 할 말이 없다. 아직 우리 사회는 「픽처 인 픽처(PIP)」 기능이 없다. 새로 나온 TV들은 동시에 두 개 이상의 채널을 볼 수 있는 이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북풍의 위력에 밀려 경제 이슈들은 화면에서 실종돼 버렸다.

겁나는 얘기 하나 해보자. 이 따스한 봄날 우리 사회의 밑바닥엔 용암이 꿈틀거리고 있다. 직장이 하루아침에 사라져서, 혹은 감원조치로 인해 사회의 전면에서 내동댕이쳐진 「IMF 인생」들이 바로 뜨거운 용암이다. 이들이 지표 분출을 참는 이유는 단 한가지, 「IMF 탈출」을 위해서는 실업이 불가피함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하기 때문이다. 온갖 개혁을 한다는데 자신들이 걸림돌이 될 수는 없겠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혁이 부분부분 물거품이 될 기미를 보이면, 또 IMF 터널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이면, 그 다음은. 이쯤 해두자. 한눈 팔 틈이 없다. 사회 전체가 온통 이슈에 떠밀려다니는 「끓는 개혁」은 금물이다. 들끓는 개혁은 나중에 남는 게 없다. 찬물처럼 냉정하게 초점을 다시금 경제에 맞추고 확대경을 들이댄 채 경제구조와 기능, 구석구석 외진 곳까지 훑어 살필 일이다. 나머지 개혁은 「IMF 탈출」 이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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