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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삼성 ‘정면대결’/삼성도 기아自 인수 사실상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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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삼성 ‘정면대결’/삼성도 기아自 인수 사실상 공식화

입력
1998.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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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특혜여론 피하려 국제입찰방식 택할듯현대의 기아인수 선언에 이어 삼성도 기아인수를 사실상 공식화하고 나섰다. 이는 재계의 양대 산맥 현대와 삼성의 대격돌을 뜻한다. 70년대 이후 잠시도 쉴 틈 없었던 거대 그룹간의 경쟁이 기아자동차 인수를 놓고 또 한차례 불을 뿜게 됐다.

이 싸움은 21세기 시장을 선점하고 재계 맹주자리를 다지기 위한 20세기 마지막 대회전이어서 양 그룹 모두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이들 그룹의 이번 격돌은 특히 현대의 아성에 삼성이 정면대결을 선언한 것이어서 승부에 따라서는 재계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이번 싸움에 대한 현대의 각오는 분명하다. 현대는 지난해 7월 기아가 어려워진 이후 외견상으로는 줄곧 기아의 자력회생을 원한다는 뜻을 밝혔었다. 현대가 기아 인수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지난해말. 기아의 제3자 인수가 불가피하다고 자체판단을 내린 시점이다.

그러던중 올들어 삼성이 포드를 앞세워 기아 인수전략을 구체화하자 행보를 빨리하게 됐고 급기야 전격적으로 인수의사를 밝히게 됐다. 그 배경에는 특히 『삼성이 기아를 인수하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의 「엄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의 일전불사 의지를 분명히한 셈이다.

◆삼성=삼성 역시 만만치 않다. 어차피 후발주자로서의 설움이야 각오한 것이고 기아로부터의 비난 역시 받을만큼 받았다. 그동안 「기아인수에 뜻이 없고 여력도 없다」고 한 것은 기아와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수세적 논리였다.

『기아를 인수하지 않으면 자동차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삼성 고위 관계자의 말은 기아에 대한 삼성의 인수 각오를 한마디로 표현하고 있다. 그동안 투자한 2조4,000억원을 그대로 날려버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현대가 기아를 인수한다면 기왕에 자동차사업에 뛰어든 삼성으로서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이나 다름없다. 현대가 공식적으로 기아인수 의지를 밝히고 나섬으로써 삼성은 홀가분하다는 반응이다. 기아에 관한 한 나설 수가 없었던 삼성으로서는 현대의 선언으로 자연스럽게 참여명분을 얻은 셈이다.

◆전망=싸움이 치열한 만큼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결과는 우선 정부와 채권은행단 및 포드의 의중에 좌우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싸움의 결과와 관계없이 재벌의 몸집불리기는 불가피할 것 같다. 정부로서는 특혜라는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개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결국 시장논리에 따른 국제입찰방식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관계자들은 그러나 『기아자동차를 국내 자동차산업의 구조개편문제와 묶어서 처리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조정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기준은 투명하고 여론의 검증을 거쳐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이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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