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은 남에게 돌리고 발탁한 사람이 너무 커가면 해임”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또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1주일간 대통령별장 「고리키9」에 들어가 건강악화설까지 나돌던 그는 23일 크렘린에 나타나 갑자기 전 각료를 해임했다. 그리곤 아무일도 없다는 듯 다시 고리키9로 돌아갔다.
옐친이 돌출행동이나 발언으로 국내외를 가슴 철렁하게 만든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술취하면 사고치고 술깨면 번복한다』는 혹평이 나올 정도다.
가깝게는 2월4일 『이라크 군사공격은 세계대전을 야기할 것』이라는 발언으로 미국이 진의파악에 나서고 측근들이 『미국 언론들이 러시아어를 오역했다』고 수습한 바 있다.
97년 12월에는 스웨덴 방문중 보유 핵탄두 3분의 1을 일방 감축하겠다고 발표, 전세계 언론이 긴급뉴스로 보도했다. 곧이어 대변인이 3단계 전략핵무기감축협정(START) 틀안에서 미국과 공동으로 이뤄지는 감축이라고 정정했다.
이런 일이 잦아지면서 알코올중독설, 중병설에 이어 치매설까지 나왔다.
이번 내각 해임도 겉모습은 이런 「럭비공 패턴」과 닮아있지만 전문가들은 「정치9단 옐친」의 본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분석했다. 노회한 정치인 옐친은 비난은 전부 남에게 돌리고, 자신을 넘어서려는 자는 모두 끌어내린다는 두 가지 철칙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이 실현되지 않거나 반대에 부딪치면 부하들을 비난하고 해임한다. 반대가 극심하면 노선을 수정하거나 반대파를 내각으로 끌어들인다. 끌어들인 사람이 너무 커나가면 해임한다」 옐친식 인사 스타일이다.<신윤석 기자>신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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