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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수사 결단코 없을것”/金 대통령 기자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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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수사 결단코 없을것”/金 대통령 기자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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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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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수구세력 조직적 저항으론 안봐.수사 중대진전여부 보고 못받아/정치­정치부문 개혁은 크게 진전없어.野 지지 받아가며 일하는게 좋아/경제­금감위 발족하면 은행 적극개혁.내머리엔 밤낮없이 경제로 가득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4일 취임 한달을 맞아 청와대에서 출입기자단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그동안의 국정수행에 대한 소회를 밝힌 뒤 북풍사건 등 국정현안과 관련한 입장을 설명했다. 간담회는 본관 충무실에서 1시간10분 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이다.

­북풍사건의 성격을 어떻게 보며, 언제 어떤 방향으로 매듭지을 계획입니까.

『안기부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15대 대선)에도 북한과 남북관계를 이용, 야당후보를 낙선시키려 했던 공작이었습니다. 이는 이번에 시작된 것이 아니고 여러번 되풀이돼 왔다고 믿습니다. 내가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맡은 이상 어떤 수사기관이든 이를 국내정치에 악용하거나 표적수사를 하는 일, 없는 일을 조작하거나 침소봉대해 과장하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입니다. 국민도 전적으로 대통령을 믿어 주기 바랍니다. 오늘 아침 신문에 「정치권 20∼30명이 수사대상에 올랐다」등의 보도가 났던데 아무런 보고를 받은 바가 없습니다. 이종찬(李鍾贊) 안기부장도 23일 인사문제만 결재받았습니다. 그런 일이 있다면 나에게 얘기했을 것인데 안한 것을 보면 과장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만 당과 청와대 등 정치권은 일절 개입 않고 수사기관이 공정하게 조사토록 엄중 지시하고 있습니다. 언제 끝나느냐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으나 내가 아는 분위기로 봐 되도록이면 빨리 끝내겠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권영해(權寧海) 전안기부장의 사법처리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본인 말대로 정치적 의도 없이 한 행위인지, 아니면 북한과 연계해 어떤 일을 한 것인지 잘 모르기 때문에 수사결과를 봐가며 결정할 것입니다』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의 「수사상 중대진전」 발언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명예총재와 관련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보고를 받았습니까.

『아무 보고도 받지 못했습니다. 내 머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경제문제로 가득 차 있어 다른 것은 관심이 없습니다』

­명백한 범법사실이 드러날 경우 처벌이 불가피할 것인데 정치보복 금지원칙과 맞물려 일부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처리·처벌하느냐는 조사가 끝나서 내용을 국민에게 밝힌 뒤 국민여론을 참작, 결론을 내릴 것입니다. 지금까지 여론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보복이나 표적수사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어디까지가 정당한 처벌이고 어느 것이 정치보복이냐는 죄질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단순히 국내정치 문제인지 북한과 내통했는지 진실을 알고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북풍파문이 수구세력의 조직적 저항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는데요.

『당이 한 말과 배치되는 것 같아 안됐지만 지금 일은 일부 세력이 한 짓이지, 이 나라 수구세력이 조직적으로 저항한 일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수구세력이라 할 수 없지만 경제계도 협력의 피치를 올리면서 개혁에 동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니 성급하게 수구세력의 반발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안기부 개혁 방향은 무엇입니까.

『내가 권력을 국내정치에 악용해선 안된다고 말하는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안기부의 정치중립입니다. 안기부 이름을 바꾸는 등 여러 개혁방안을 지시, 착착 일이 진행중입니다. 안기부가 워낙 큰 기구인데다 타성에 젖어 있으나 조금 긴 안목으로 봐주면 기대에 부응, 잘 할 것입니다』

­정치, 경제분야의 개혁이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합니까.

『솔직히 정치쪽 개혁은 그리 크게 진전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내 힘에 한계가 있고, 정부의 관여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국회를 중심으로 여야가 개혁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경제분야는 노사정 협조가 큰 뒷받침이 되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비공식 평가를 보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0.9%이나 내년엔 4% 이상될 것이며, 물가도 올해는 10% 조금 웃도나 내년엔 4∼5%선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합니다. 올해 이를 악물면 내년 후반엔 안심하고 선진국 대열 합류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고 있습니다. 경제개혁의 초점은 은행입니다. 은행이 개혁의 중심이 돼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치안정과 협력이 필요합니다. 나는 떳떳하게 야당이 여당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야당이 큰 결단을 내려 올 1년만이라도 제대로 도와줘야 합니다』

­북풍 문건의 진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조금 읽어봤는데 너무 황당무계한 것도 있고 어느 정도 근거가 있지 않느냐는 대목도 있어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야당의 도움을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 정계개편론이 나오고 있는데요.

『현재로선 그런 계획이 없습니다. 그런 무리한 일보다 야당의 지지를 받아 가며 정치를 해나가는 게 좋습니다. 6공때 노태우(盧泰愚) 대통령의 3당 합당이나 지난 15대 총선후 여소야대를 무리하게 여대야소로 바꾼 것에 대해 비판해 왔습니다』

­장관 임기는 어느 정도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까.

『자주 바꾸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일단 맡겼으면 잘 하도록 도와주며 안정되게 일하도록 해야 합니다』

­주양자(朱良子) 보건복지장관 문제는 어떻게 처리키로 했습니까.

『유감스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국회의원 시절 국회에서 거른 문제이고 꼭 나쁘게만 말할 것도 아닌 것 같아 김종필(金鍾泌) 총리서리와 상의, 그대로 일하게 했습니다』

­금융권 개혁은 어떻게 돼 가고 있습니까.

『금융감독위가 내달 발족하면 이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은행개혁을 해나갈 것입니다. 되도록이면 대화와 설득, 인센티브 제시로 자발적인 개혁을 유도할 생각입니다』<유승우·신효섭 기자>

◎김 대통령 모두발언/“직장잃은 가족 생각하면 괴롭습니다”

취임 한달이 됐지만 하도 다사다난해서 굉장히 긴 세월이 지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돌아볼 때 어려운 일도 있었고, 기쁘고 희망적인 일도 있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역시 경제입니다. 온갖 정성과 노력을 다 쏟았습니다. 요즘은 실업문제에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밤에 자다가도 「직장 잃은 가족은 이 시간 어떤 심정일까」라는 생각 때문에 잠이 안 오는 때도 있고, 신문에 실업으로 인한 사건·사고 보도가 나면 내 책임인 것 같아 괴로운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여소야대의 국회 문제도 참 힘들었습니다. 아직 예산도 처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조직개편안 처리때) 인사위원회도 만들었으면 좋았겠다 싶습니다. 장·차관 인사후 1급 이하 인사가 제대로 안되니 개혁방향에 맞느니 안 맞느니 문제점이 많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희망적인 일도 있었습니다. 단기외채 225억달러 거의 전부가 중장기로 전환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수출환경도 좋아져 올 연말 200억달러 흑자전망도 나옵니다. 고금리 문제도 환율이 너무 급격하지 않느냐 할 정도로 내려가고 있어 국내 금리가 인하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모두 비교적, 상대적 입장일 뿐 확실한 안정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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