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1.천연기념물의 개념과 대상은
2.천연기념물 관리를 어디서 맡아야 하나
3.현상태에서의 어려움은
4.공조·협력방안은 없나
◎“학술가치 등 문화영역서 다뤄야 단순한 환경대상물로 격하안돼”/李敦淙 문화재관리국 기획관
1.자연과 문화는 불가분의 관계다. 천연기념물은 특수한 가치를 지닌 자연물이면서 국토의 상징물이며 원초적 문화유산이다. 이런 개념은 이미 오래 전에 정립된 것이다. 동물 식물 광물 화석 동굴 지질 지형 자연현상 중에서 진귀·고유·특수성등 학술적 가치가 높고, 민속·상징·역사·향토·심미성등 문화적 가치가 큰 것을 천연기념물로 본다. 천연기념물을 문화의 영역에서 다루는 태도는 유네스코의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에서도 논리적 타당성을 인정받고 있다.
2.천연기념물이 문화재인 이상 전문부서인 문화재관리국이 관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환경부가 담당하면 국가문화재로 승화된 천연기념물을 단순한 환경대상물로 격하시키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다. 이는 사람을 문화와 결부된 인격체로 보지 않고 생태계의 한 구성요소로만 보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천연기념물을 민족유산차원의 문화재로 인식하는 국민정서와도 맞지 않고 유네스코를 위시한 국제관행과도 맞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환경차원에서 수용하기에는 그 대상과 범위가 워낙 방대해 결과적으로 국내 문화재 행정체제의 이원화와 혼선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3.97년 자연환경보전법 개정때와 2월 정부조직개편 논의과정에서도 천연기념물은 계속 문화재관리국이 관장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이 났는데도 환경부가 같은 문제를 다시 제기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최근 낙동강 상수원보호구역에서 독극물에 의해 발생한 재두루미 집단폐사사건처럼 천연기념물의 피해는 주로 밀렵이나 환경파괴행위에서 기인하는, 환경관리의 소홀로 빚어지는 문제임에도 특정부처에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4.환경업무는 복합성을 띠고 있어 정부내 거의 모든 부처가 연관돼 있다. 이런 업무를 한 부처가 전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부처간 발전적 견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환경부는 범정부차원의 환경기술 지원과 천연기념물을 비롯한 자연유산의 환경여건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야생동식물과 환경 불가분 관계 조수관리체계 혼선 단일화해야”/姜聲龍 환경부 자연보전국장
1.「국토의 기념이 될만한 희귀하고 학술적 가치가 있는 천연물」이라는 천연기념물의 정의에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논점을 분명히 하자. 문화관광부가 관리중인 다양한 천연기념물중 환경부가 업무이관을 요구하는 대상은 야생동식물의 종이나 서식지이다. 속리산의 정이품송은 환경적 가치보다 문화재로 가치가 높다. 그러나 희소가치나 멸종위기에 처한 두루미같은 종은 「두루미를 통해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의 척도」를 재는 환경특성이 크다.
2.야생동식물과 환경보전은 한 세트이다. 일례로 멸종위기의 황새를 천연기념물로 지정, 따로 떼어 보호하는 것은 동물원의 우리에 넣어 보호하는 것과 같다. 하천이 맑고 그 속에 물고기가 살아야 황새가 정상적으로 번식할 수 있다. 자연생태계야생동식물수질 보전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환경부가 야생동식물을 관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연환경은 제도적 보전대책 외에 과학적 연구와 조사, 관련전문가를 확보해야 보전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환경부는 80년부터 전국토를 대상으로 환경기초조사를 실시, 국내 생태계전반의 정보를 축적중이며 야생동식물관련 각종 국제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일반 야생동식물의 중요성도 증대되는 추세인데 별도로 관리하는 것은 업무중복과 예산 낭비이다.
3.야생동식물은 문화재보호법으로 천연기념물을, 산림청은 조수보호및 수렵에 관한 법률로 2,000여종의 야생조수를 관리하고 있으며 환경부는 올해부터 멸종위기종 및 보호야생종등을 자연환경보전법에 근거해 맡고 있다. 같은 업무에 대해 소관부처마다 다른 법률을 적용하고 권한을 주장하는등 경쟁의식이 팽배하고 협조가 부족하다. 재두루미 집단폐사때도 환경부는 별도의 인원을 파견해야 했다.
4.자연환경보전업무를 모두 한 부처로 이관, 종합적인 보호대책을 추진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유관기관끼리 야생동식물보호위원회같은 통합기구를 만들어 대책을 협의, 일관되게 시행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 하다.
◎정신적·문화적가치에 의미
▲김윤식(金潤植) 고려대 교수=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에 비추어 천연기념물은 문화재의 영역에 남아 있어야 가치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천연기념물은 특정 자연물에 정신적·문화적 가치를 부여해 국가문화재로 승화,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환경에 관한 업무는 여러 부처가 연관돼 있어 한 부처가 통합관리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어느 부처가 관장하느냐가 아니라 업무특성을 살려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과 관계부처간 분업과 협조이다. 무리한 통합은 전문성과 특성을 잃게 할 수 있다.
환경부는 국가 전체의 환경보전을 위한 시책개발등 포괄적 환경여건 개선과 지원에 주력하고 문화관광부는 천연기념물의 효율적 보존을 위해 좀 더 강력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국립공원에는 천연기념물 외에 다른 문화재가 많은데 천연기념물만 이관하면 문화재 관리가 이원화하게 된다.
◎국립공원측 인력·재원 갖춰
▲백승문(白承文) 국립공원관리공단 기획과장=13개 국립공원에는 희귀동물서식지 4곳, 희귀식물자생지 9곳, 자생식물군락지 8곳등 모두 33곳이 천연기념물 서식지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시·군·구가 관리하면서 대부분 방치된 상태이다. 소백산 비로봉의 주목군락지(천연기념물 244호)에는 일용직원 1명이 파견돼 있고 치악산 성황림 312㎢에도 무보수 명예관리인 1명이 있을 뿐이다.
이에 반해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동물 식물등 분야별로 전문인력 722명과 연간 400억원의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5월부터는 상주하는 공단직원에게 사법경찰권까지 부여된다. 출입자를 통제하고 천연기념물의 훼손과 자원의 반출·입을 감시하기에 최적의 기관인 것이다. 문화관광부는 천연기념물중 야생동식물 업무를 환경부에 이관, 산하기관인 국립공원이 관리토록 해야 한다. 당장 어렵다면 최소한 지자체에 위탁한 관리업무라도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체보다 서식지보존이 우선
▲장원(張元) 녹색연합 사무총장=야생동식물이 중요한 문화자산이라는 점에서 문화관광부가 관리주체임을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보전측면까지 고려하면사안이 달라진다. 천연기념물이나 멸종위기종은 개체보존에 앞서 서식지 보존이 더 중요하다. 농림부 해양수산부 지자체도 보호·관리의 주체가 될 수 있지만 총체적 관리를 맡는 환경부가 업무를 총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녹색연합은 몇년째 백두대간 탐사를 하는 과정에서 국립공원에서조차 천연기념물이 방치되고 훼손되는 현장을 수없이 목격했다. 천연기념물을 개발, 수익을 올려야 하는 지자체에 위탁·관리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이나 영국등 선진국들이 오래 전부터 야생동식물을 환경부에서 종합 관리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특히 「생물다양성협약」등 각종 국제협약의 주체도 환경부다. 야생동식물을 어디서 관리해야 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관리권보다 책임의식 중요
▲김성만(金成萬) 한국조류보호협회장=천연기념물은 민속성 역사성 향토성 희귀성 고유성등의 성격을 갖고 있는 자연의 기념물이다. 또 귀중한 교육적 학술적 가치가 있어 국가유산인 문화재로 관리하고 있다. 최근 국토환경이 날로 악화하여 천연기념물은 살 곳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낙동강변에서 발생한 재두루미 떼죽음사건은 국제적 망신이며 주민들의 생명마저 위협하는 환경파괴행위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우리는 재두루미만 죽었다고 생각한다.
농촌에서는 농약병이 나뒹굴어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고 야생동물이 죽어가고 있어도 아무도 관심을 가지거나 책임을 지려 하지 않으면서 천연기념물의 관리권을 놓고 시시비비하는 것은 우스운 노릇이다. 환경부는 각 부처가 관리중인 조수류와 천연기념물의 관리를 맡으려고 하기보다 천연기념물이 살 수 있는 쾌적한 국토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전부 아니면 全無’식 관할나누기엔 문제/실무차원 환경부주장 설득력 국립공원밖 관리체제 못갖춰
천연기념물 보호·관리권을 둘러싼 문화관광부(문화재관리국)와 환경부의 논쟁이 그치지 않고 있다. 논쟁은 지난 해초 자연환경보전법 개정 논의때와 2월의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불거진 이래 꺼지지 않는 불씨로 남아 있다. 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는 문화관광부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전부 아니면 무(無)」식의 관할나누기가 최선은 아니지 않느냐는 여론이다.
이 논쟁의 밑바닥에는 천연기념물에 대한 근본적 시각차가 자리잡고 있다. 문화부는 천연기념물을 문화의 부분으로, 환경부는 자연의 부분으로 보고 있다. 문화부는 천연기념물을 환경관리대상물로 보는 것은 『사람을 문화와 결부된 인격체로 보지 않고 생태계의 한 요소로 보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무차원에서는 환경부의 주장이 설득력있다. 환경부는 주요 천연기념물 중 야생동식물만은 환경부가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생동식물 보호를 위해서는 서식지 보호와 관리가 중요하며 환경보전업무는 환경부 소관이라는 것이다. 환경부는 산하조직인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천연기념물 관리를 위한 인력과 관리재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천연기념물 가운데 용문사은행나무, 진돗개, 밀양 남명리 얼음골등 환경부의 업무성격에 맞지 않는 것도 많다. 또 환경부는 국립공원관리공단 밖에 있는 천연기념물 262건을 관리할 체제를 갖추지 못했다는 게 문화부의 주장이다. 천연기념물은 3월현재 295건(국립공원 안에 33건)이며, 관리에 관한 법령은 문화부의 시각이 반영된 문화재보호법이 전부이다.<정덕상·서사봉 기자>정덕상·서사봉>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