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도 사랑도 노래속에 녹아들어/눈물로 하나되는 ‘민족’/거짓말 같은 한국현대사 이윤택 연출 무대재현/이혜영·전도연 연기력에 실존인물도 등장 감동더해삼성영상사업단의 자본(제작비 9억원)과 이윤택씨의 연출이 결합한 악극, 이혜영 조민기 전도연씨등 내로라 하는 출연진…. 제작단계부터 화제를 모아온 「눈물의 여왕」이 2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눈물의 여왕」은 소재로는 악극이지만 새로 작·편곡된 노래들이 보태져 악극보다 발전한 형식으로 관객에 선보인다. 극중 악극인 「눈내리는 밤」의 노래는 모두 정치용씨가 새로 작곡, 서사극 분위기가 진하게 감돌며 「서울의 지붕밑」 「정한의 밤차」등 193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대중가요도 낯익지 않다. 노년층관객을 겨냥해 올해초 흥행성공을 거둔 악극들과 달리 「눈물의 여왕」은 관객층이 청·장년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전옥씨의 백조가극단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눈물의 여왕」은 비극적 연기로 관객의 심금을 울렸던 그의 별명을 제목으로 삼았다. 전씨는 최민수씨의 외할머니. 또 차일혁 빨치산토벌대장의 아들 차길진씨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한국현대사에 엄연히 기록된 거짓말같은 사실을 무대로 옮겼다. 50년대 전남 구례 장성일대를 순회하던 백조가극단이 포로신세의 빨치산과 토벌대 앞에서 악극 「눈내리는 밤」을 공연하자 모두 하나가 되어 눈물을 흘렸다는 내용이 1막의 줄거리다. 2막은 빨치산 출신배우 신정하, 그를 구해준 차대장, 신정하의 빨치산애인 윤효삼의 삼각관계가 이념대립과 얽혀 그려진다.
보편적 주제를 극적으로 다루는 이씨의 연출솜씨도 뛰어나지만 실존인물들이 공연에 참가해 극적 사실성과 감동을 더해준다. 전옥씨의 수양딸 원희옥씨, 전씨의 상대역으로 이름을 날렸던 김영준씨등 현장의 증인들은 연습을 지켜보며 『이건 아무 것도 아냐. 옛날엔 정말 좋았지』라고 한 마디 거든다. 코미디언 배삼룡씨는 소품담당 상구아저씨로 출연하는데 무대에서 자신의 젊은 날을 연기할 정규수씨에게 『개다리춤 이거 내가 얘한테 다 가르쳐 준거야』라며 익살을 떤다. 이밖에 허장강(이호성) 황금심(이윤표) 고복수(최낙희·권혁준)씨등이 스타로서 사랑받던 모습도 그려진다.
이윤택씨는 작품을 통해 민족은 하나라는 주제를 이야기한다. 차일혁토벌대장이나 빨치산거두 이현상은 모두 인간적이며 예술을 아끼는 호걸로 그려지며 신념을 갖고 싸우는 양편은 민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만난다. 「눈내리는 밤」에서 눈물로 하나된 남북의 모습을 이씨는 40여년만에 「눈물의 여왕」을 통해 재현한다. 4월12일까지 오후 3시 7시30분(30일, 4월6일 밤공연 휴관). (02)2784490<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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