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영화제때 입었던 몸통이 드러나는 야한 옷차림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기자들은 내게 그러한 옷을 입는 의도를 물었지만 나로서는 그 기자가 원하는 이렇다할만한 답변을 할 수가 없었다.옷입는데 목적이 있다면 자신의 원하는 스타일을 살리면서도 때나 장소에 맞게 입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난 배우이고 배우에게 영화제란 일년에 몇번 되지 않는 의미있는 행사이다. 난 그런 자리에서 관객과 시청자에게 나만의 인상을 남기고 싶다. 다소 야하지만 특별한 의상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는지 모른다. 화려한 의상은 배우인 내게 특권이자 일종의 의무인 셈이다. 나의 단순한 발상이 만족스럽지 않은듯 기자는 비슷한 질문들을 계속 건넸다. 하지만 나는 끝내 그 기자가 원하는 별난 대답은 줄 수가 없었다.
물론 내가 늘 몸에 꽉 끼는 선정적인 의상이나 요란한 드레스로 치장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배우로서 나서야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분하는 편이다. 그런데도 직업의 특성상 화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하는 것이 배우란 직업이다.
나는 의상이란 자기표현을 돕는 하나의 장식이라고 생각한다. 주로 보여주는 직업을 가진 내가 어떠한 표현양식을 갖느냐 하는 것은 적지않은 의미를 갖는다. 대중에게 어떤 이미지로 자리매김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배우로서의 특성이나 개성에 대한 평가는 없이 그저 하기좋은 얘깃거리 정도로만 지나쳐버리는 것 같아 서운함을 느낀다. 또 나의 연기나 주관등은 간데 없고 시상식에서만 요란한 배우로 남게 되는건 아닌가 하는 섭섭함도 든다.
나는 배우이고 배우로 보여야 할 때는 더없이 배우답기를 원한다. 배우는 배우답고, 정치인은 정치인답고, 직장인은 직장인답고, 공무원은 공무원답고, 교사는 교사답고, 학생은 학생다운…. 정말 자기 분야에 있어 프로페셔널한 그런 사람들이 모였을 때 우리 사회도 좀 더 완벽에 가까이 가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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