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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유학생’/윤석민 뉴욕 특파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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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유학생’/윤석민 뉴욕 특파원(기자의 눈)

입력
1998.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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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과 허드슨강을 사이에 둔 뉴저지주 노스버겐에 새로 문을 연 S클럽. 자정을 넘긴 시간인데도 주차장에는 고급차가 즐비하다. 「멤버스 온리(회원제)」라고 간판에 새겨진 이 클럽의 주고객은 일부 부유층이나 특권층의 자제로 알려진 유학생들. 담배연기가 자욱한 실내에는 삼삼오오 짝지은 남녀들로 가득했다. 테이블마다 고급 양주가 올라 있는 모습이 경제위기 이전 압구정동의 「오렌지」카페와 영락없이 닮았다.『돈이요, 한국에서 꼬박 꼬박 와요. 어디 달러값이 떨어졌나요』 이미 거나해 보이는 앳된 얼굴의 여학생은 거침없이 대답했다. 주변친구들은 『공부하다 좀 쉬는 것도 죄냐』고 당당히 거들었다. 『미국에서도 고통을 함께 해야하나요』라는 주장도 들렸다. 얘기를 듣다보니 한국의 경제난은 아득한 남의 나라 일처럼 느껴졌다. 업주는 유학생 상대의 장사가 여전히 「물이 좋다」는 말에 따라 최근 전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미 컬럼비아대 로스쿨에 다니는 교포 여학생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고 에드먼드(31면 보도)도 같은 부류였다. 준재벌그룹의 3세로 맨해튼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클리프사이드파크 소재의 호화 콘도(아파트)를 소유하고 돈도 펑펑 써 한인학생사이에서 「귀족 유학생」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그를 잘 아는 주변에서는 『착하고 공부도 잘하던 아이』로 기억하기도 했다. 한 재계인사는 어린 나이부터 혼자 미국에 살며 돈도 많아 장래를 망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11월 또다른 살인미수 사건 이후, 또는 본국의 외환 위기 이후 부모가 그를 불러들였다면 비극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부 특권 유학생들의 철저한 불감증과 지독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꼭 이들만의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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