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을 모았던 검찰의 법조비리 수사는 변호사로부터 돈을 받은 판사 15명을 자체징계토록 대법원에 통보하는 것으로 끝났다. 법관이 비리혐의로 검찰에 불려가 조사받은 것은 사법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지만, 그것으로 만족할 사람은 없다. 중요한 것은 「조사」가 아니라 위법행위를 한 사람은 법관이든 누구든간에 공평하게 의법처리돼야 한다는 사실이다.판사들이 적게는 140만원, 많게는 930만원이나 받은 사실을 밝혀내고도 아무도 기소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 놀라운 것은 『포괄적인 직무 관련성은 인정되지만 구체적 사건에 관한 청탁명목이 아니므로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다. 재판업무와 관련한 청탁의사 없이 그 큰 돈을 줄 변호사가 있을까.
얼마전 의정부지원의 한 판사가 사건알선 대가로 2억6,000만원을 뿌린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사무장에게 무죄선고를 내린 판결이 있었다. 피고인은 판사와 관련 있는 변호사 사무실 소속이었다. 이 판결을 공정하다고 볼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비리판사 처벌수준이 검사 처벌수준과 같다는 사실도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앞서 검찰은 같은 변호사로부터 돈을 받았던 검사 2명을 징계위에 회부하고 12명을 경고조치한 바 있다. 서로 짜기나 한듯 처리수위와 인원수까지 맞춘 것을 보고 법조인들의 동아리 의식을 의심하는 것은 당연하다.
변호사들의 도덕적 불감증도 유감스러운 점이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부도덕한 브로커 변호사들의 탐욕이었다. 의정부 관내 형사사건을 독식하다시피 한 이순호 변호사 사건을 계기로 변호사 사회에 자정운동의 필요성이 제기된지 오래인데, 변협은 진솔한 자성의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다. 비리변호사 징계를 논의하는 윤리위원회는 형평성을 문제삼는 일부 위원들의 사퇴소동으로 시끄러웠다. 무지한 의뢰인을 울리는 악덕 변호사들의 수임료 비리등은 거론도 못하고, 고작 브로커 고용혐의 변호사 14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하는 것으로 지나갔다.
변호사와 판·검사 유착관계는 비단 의정부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소리가 높다.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78%가 법 집행이 공평하지 못하다고 믿고 있다. 버거운 사건을 털어버리듯 서둘러 이 사건을 덮어버려서는 안된다. 전국적인 법조 유착실태 조사부터 시작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를 촉구한다. 법조 3륜인 법관 검사 변호사 사회의 정화 없이 법의 정의를 세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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