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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기아인수 선언(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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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기아인수 선언(사설)

입력
1998.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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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 기아자동차 인수 추진의사를 공식화하고 나섰다. 표류해 온 기아의 해법이 자력회생이건, 능력있는 제3자인수이건 중요한 사실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는 점이다. 이번 기아 처리방향의 첫째 기준 역시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자동차산업의 경쟁력강화에 초점이 모아져야 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마침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부실기업정리 조기매듭지시에 때맞춰 나온 현대의 기아인수문제 제기는 이미 예고된 국내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일단 주목된다.

그러나 현대의 돌연한 태도변화, 왜 이 시점에서 기아 인수 추진의사를 밝히고 나섰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왜냐하면 현대는 그동안 자동차생산부문에서 이미 「규모의 경제」를 갖춰 추가 증설의 필요가 없고, 기아문제 역시 자력회생이 바람직하며 인수의도가 없다고 거듭 밝혀 왔기 때문이다.

사실 IMF한파 이후 자동차 내수가 극도로 침체, 기존설비 가동률이 40% 이하로 떨어진채 대규모 감원까지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생산설비의 추가인수는 오히려 엄청난 부담을 가져온다. 게다가 기아를 인수할 경우 생산라인은 말할 것도 없고 판매라인까지 중복된 경우가 많아 인수설비를 적지않게 스크랩해야 하는 부담을 안는다. 자동차제품의 국제경쟁력강화란 측면에서 현대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의 기아 인수추진의 진의(眞意)가 과연 자동차부문을 주력으로 키우려는 그룹의지가 실린 것인지, 아니면 기아의 최대주주인 포드와의 전략적 제휴를 경계하는 삼성견제용인지 분명치 않다. 재벌구조조정과 부실기업정리과정에서 어떤 다른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거나 자동차부문의 경영권을 둘러싼 그룹 내부구도변화와 관련있는 것이 아니냐는 등의 구구한 억측을 낳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금 세계의 자동차산업은 심각한 공급과잉상태에서 경쟁체제정비를 위해 국경을 초월한 업체간 자본제휴, 기술협력, 차종전문화 등을 생존전략으로 삼고 있다. 국경없이 개방된 세계시장에서 국내경쟁은 큰 의미가 없다. 경쟁하고 싸워야 할 상대는 밖에 있고 이들 외국 메이커와의 경쟁에서 지면 어차피 도태될 수밖에 없다. 연산 250만대가 돼야 양산(量産)체제의 효율이 극대화된다는 논리도 독일의 벤츠나 BMW의 예에 비춰 설득력이 없고 외국자본이 기아를 인수하면 국내 자동차산업이 공멸한다는 주장도 IMF위기상황에 비춰 적절치 않다. 현대는 기아인수 의지를 좀더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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