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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운동이 좀더 활발해야…(재미언론인 이경원의 체험보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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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운동이 좀더 활발해야…(재미언론인 이경원의 체험보고:2)

입력
1998.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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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식받을수 있는 肝이 부족/미국에서도 수술 장기간 대기/동양은 장기훼손꺼려 더욱 심각/미국에 오는 아시아인 환자중 실제 5%만이 이식수술 받아미국의 장기이식센터에서는 매일 삶과 죽음의 긴박한 드라마가 펼쳐진다. 장기손상으로 죽어가던 사람이 이식수술을 받아 새롭게 태어나는 경우가 하루 55명, 이식수술을 기다리다 죽는 사람도 하루 10명이나 된다. 미국에선 60개의 장기기증 관련기관이 281곳의 이식센터와 연계활동을 하고 있으나 여전히 환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해에만 미국에서 장기이식 대기자로 등록한 사람은 5만3,047명. 이 중 4,000명은 이식수술 전에 숨졌다. 간이식의 경우 지난 해 11월 현재 9,323명이 대기중이지만 이식받을 수 있는 경우는 4,000명에 불과하다.

장기를 기증받기까지는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앨라배마주에서는 39일만 기다리면 되지만 매사추세츠주에서는 평균 569일을 기다려야 한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평균 대기기간이 237일이나 된다.

장기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백악관도 장기기증운동단체와 이식센터의 연대를 촉구하고 있다. 병원은 장기이식분배기구(UNOS)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며, 의사들은 뇌사자의 보호자에게 장기를 기증하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장기기증운동단체의 여론조사결과 최근 캠페인에 힘입어 많은 사람들이 장기기증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그러나 실제상황에 직면했을 때 기증하겠다고 대답한 사람은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간이식수술 비용이 10만달러(약 1억5,00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달러나 드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보험가입자라 하더라도 수술비용의 20%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또 수술 후 1년동안은 매달 2,500달러가 든다.

수술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모금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대표적 모금운동단체로는 뉴저지에 있는 미국간(肝)재단을 꼽을 수 있다. 이 재단은 지금까지 모금운동을 통해 300여명에게 이식수술을 해줬으며, 2000년까지 1,000여명을 수술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B형간염이 주된 사망원인인 아시아에서는 간이식사례가 매우 드물다. 특히 아시아에서 B형간염 환자를 수만명씩 치료한 의사들도 간기증에 대한 동·서양의 문화차이에 놀랄 때가 많다. 로스앤젤레스(LA)의 한인타운에서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폴 최박사는 『한국계 만성 간염환자가 동포에게서 간을 기증받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장기이식을 꺼리는 한국의 문화 때문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장기기증을 꺼리며 시신에 손을 대는 행위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일본인들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하버드대의대 출신의 한 전문가는 한국인의사들과 대화하면서 이같은 문화적 차이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실토했다.

그렇다면 한국정부는 이같은 문화를 바꿀 수 있을까. 최박사는 『당신이라면 죽을 때 간을 떼 주겠는가. 간 기증여부의 결정은 정부가 아닌 개인에게 달려있다. 한국사람들은 심지어 수혈조차 꺼린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지난 20년동안 LA에서 수천명의 아시아계 환자를 치료한 또 다른 간전문가는 『아시아인을 많이 치료했으나 이식수술까지 받은 환자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헌팅턴기념병원의 간센터책임자인 동양계 간전문가 마이런 통박사는 미국에서 이식수술을 받으려는 아시아계 환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식수술에 필요한 기초검사를 받기 위해 미국에 오지만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매우 적다. 결국 가족들은 기다리다 지쳐 환자만 남겨두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간이식을 받기란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대학(UCLA) 간이식센터에 입원하는 아시아인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센터의 책임자인 로널드 부쉬틸박사는 『간이식수술은 제약조건이 많기 때문에 실제 수술을 받는 경우는 5%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스탠퍼드대의 에멧 키프 박사는 아시아에서는 아직 뇌사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이식수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아시아 대부분 국가의 현행법은 심장이 멈춘 상태를 사망으로 규정하고 있다. 각막과 신장은 심장사 직후에도 이식할 수 있다. 하지만 폐 심장 간등은 뇌가 죽은 상태에서 떼내야 하기 때문에 사용이 불가능하다.

일본은 최근 뇌사에 관한 법을 제정했으나 시신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 때문에 기증자는 여전히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제퍼슨대학병원의 한혜원(韓惠媛·62) 박사는 『모든 생명체는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장기기증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생명의 가치를 인정하는 고귀한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이경원씨의 간경변 투병기/가족 8명 간질환으로 사망…/13년 투병동안 3번 죽을고비/간이식 18개월후 간염 재발/갠사이클로비어劑로 소생

우리 가족은 모두 간질환으로 숨졌다. 부모님과 네 형님, 두 누님이 간질환으로 사망했다. 막둥이인 내가 유일한 생존자이다. 내 주치의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행운아다. 적시에 간을 이식받아 목숨을 구하지 않았느냐』

나는 56세때인 84년 B형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어려서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돼 간질환으로 발전한 한국 중년남성의 전형적인 사례였다. B형간염은 간경변으로 진행됐고, 결국 간이식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진단 당시에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전무했다. B형간염을 퇴치하기 위한 연구가 막 시작됐을 뿐이다. 인터페론요법도 걸음마단계였다.

13년동안 간질환을 치료하며 세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 92년초 간기능이 급격히 나빠지는 징후가 나타났으나 나는 믿지 않았다. 오히려 영문주간지 「The Korea Times」제작에 더욱 몰두했다. 어느 날 아침 선홍빛 액체를 가득 게웠다. 어리석게도 심한 위경련 탓으로만 여겼다. 친분이 있던 한국계 의사 덱스터 김에게 병원에 함께 가달라고 부탁했다. 병원 주차장에서 그와 헤어진 후 터벅터벅 주치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나의 의지는 일어나라고 명령했으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누군가 나를 들어 올렸다. 걱정이 됐던 덱스터 김이 귀가하지 않은채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주치의는 나중에 이렇게 말했다. 『꼭 피가 다 말라버린 회색 유령같았다』고. 덱스터 김은 신이 보내준 선물이었다. 그의 신중함이 나의 생명을 구했다.

두번째 위기는 LA에 있는 UCLA간이식센터에서 수술일정을 알려온 날 저녁이었다. 한 달이상 애타게 찾던 간을 떼어줄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나는 당시 LA에서 640㎞나 떨어진 새크라멘토에 살고 있었다. 전화가 온 것은 저녁 10시, 수술 예정시간은 다음 날 새벽 4시30분이었다. 그러나 LA행 마지막 비행기는 이미 떠난 뒤였다. 아들과 간호사출신인 미국인 아내는 나를 트럭에 실은채 죽음과 100m경주를 하듯 고속도로를 시속 150㎞로 내달렸다. 92년 7월28일 새벽 무사히 수술을 끝낼 수 있었다.

세번째 위기는 간이식수술을 받은지 1년6개월 뒤 찾아왔다. B형간염이 재발한 것이다. UCLA의 의사들은 수술 전 『아시아계 환자들은 1년내에 재감염될 우려가 높다』고 경고했었다. UCLA 데이비스 메디컬센터에서 4개월간 인터페론치료를 했다. 그러나 간은 계속 나빠졌다. 새크라멘토의 내 주치의는 헤르페스(바이러스성 포진) 치료제로 승인받은 「갠사이클로비어」라는 약을 권했다. 간이식수술후 재발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한 결과 바이러스 억제효과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94년 4월부터 매일 정맥주사를 통해 갠사이클로비어를 투여했다. 6주만에 간염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수준까지 억제됐다. 4년째 갠사이클로비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부작용은 전혀 없다. 에피비어 팜시클로비어등 다른 항바이러스약물이 잇따라 나왔다. 갠사이클로비어가 효력이 없게 되면 이 약들이 내 치료를 맡게 될 것이다. 나의 투병은 「아시아계 B형간염 환자에겐 희망이 없다」는 통념에 대한 도전이었다. 만성간염 환자들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아마도 시의적절한 치료법을 찾으려는 적극적인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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