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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國會시계’/奉斗玩 광운대 교수(화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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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國會시계’/奉斗玩 광운대 교수(화요세평)

입력
1998.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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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春分)이 지나 봄은 왔다는데 왜 이리 추운가. IMF한파가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있기 때문인가? 잠은 지하도에서 자고, 서울역 대합실 화장실에서 고양이 세수를 한 다음, 용산역전 무료급식소에서 아침 겸 점심을 때우고 여의도와 한강 시민공원을 정처없이 떠도는 신세.어둠을 가르며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만 요란한 서울과 경기 성남시의 경계지역, 성남시 복정동 네거리. 새벽 인력시장을 기웃거려 보지만 오늘도 허탕이다. 혹시나 했는데…. 「IMF 최대 약자, 건설 일용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성남 모란시장에 현수막을 걸고 목청 높여 주먹을 불끈 쥐어보지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엔 표정이 없다.

이들에게 국가란 무엇일까? 정치란 무엇일까?

상습적인 도박정치인으로 알려진 어느 국회의원은 아예 특별주문한 「고스톱 담요」를 의원회관에 갖다 놓고 밤낮으로 의원들을 끌어들인다고 어느 기자는 말했다. 지금까지 상습도박을 벌여온 정치인은 줄잡아 20여명. JP총리 인준문제로 국회가 파행으로 치닫던 때 다른 장소도 아니고 의원회관에서 밤새워 화투판을 벌였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현금 100만원 이상을 준비하지 않으면 도박판에 끼워주지 않는 규칙까지 정해놓고 밤낮없이 고스톱에 열중해왔다니 외국특파원들이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참으로 남부끄러운 일이다. 「손을 잘라야 한다」고 PC통신이 뜨겁다.

경실련 참여연대등 시민단체들이 「도박의원을 제명하라」며 들고 일어섰다. 양로원에 사과 몇상자를 기증하고도 그 앞에서 자랑스럽게 사진을 찍고 신문에 이름내기를 즐기는 사람들. 그런데 이번만은 이름 가리기에 여념이 없다.

남들은 굶어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몇천만원짜리 고급승용차를 새로 구입하여 위세를 떠는 정치인, 모두들 허리띠 졸라매고 IMF한파를 이겨내겠다고 야단들인데 서민의 대변자라던 국회의원들은 왜 스스로 개혁할줄 모르는가. 어찌하여 밤낮 달나라 사람들처럼 구는가. 지금도 국회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민생국회란 찾아볼 수도 없다. 타협점을 찾아보려는 노력은 아예 무시당하고 있다.

항상 우리편 아니면 모두가 적이다. 쩍하면 「빨갱이」로 몰아친다. 우리는 독재정권 아래서 정권에 야합하든지 반독재투쟁에 나서든지 둘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당해왔다. 그것은 다시 「반공」아니면 「용공」이라는 대립개념을 낳았다. 지금 불고있는 「북풍」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그것도 본질을 캐고보면 「극우」와 「극좌」로 나누려는 양극화싸움이 그 진원이다.

제발 이젠 그러지들 말자. 그때문에 오늘날까지 정치권은 본질을 외면한 채 극단적인 대립양상을 빚고 있는게 아닌가!

정치권은 어떤 주제에 대해 찬·반의 의사표시를 강요하지 말라. 어제의 여당이 오늘엔 야당이 될 수 있다는걸 보지 않았는가. 시대착오적인 사고에서 빨리 벗어나야한다. 개인이나 정당이나 잘 나가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버려야 한다. 누가 누구의 편을 든다고 호통치고, 자기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대변인성명이나 발표하고, 방송 그만하라 말라고 한다면 그건 한참 잘못된 짓이다.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며 언론을 탄압하는 일이다.

우리 사회를 고스톱판의 룰로 심판하지 말라. 오히려 지하철에서 새우잠을 자는 저 많은 사람들이 지금 뭘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라. 더이상 정치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지 말라. 국민들이 지금 여러분을 보고 뭐라고 하는지 알고나 있는가.<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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