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고성장시대에서 마이너스 성장시대로 바뀌면 기업의 경영전략이나 정부의 정책과 제도 및 관행도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형태로 전환돼야 한다.IMF 구제금융 신청이후 기업들은 가속화하는 도산이나 경제파탄을 막기 위해 이미 마이너스 성장시대에 걸맞는 경영 및 사업전략을 세워 실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제도나 관행은 아직도 고성장시대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느낌이다.
주택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사업자는 분양·대출·하자보수 등의 보증을 받기 위해 주택공제조합에 가입하여 출자하고 일정비율만큼 보증을 받는다.
그런데 주택공제조합에 대한 증자(增資)는 쉽지만 감자(減資)는 절차의 복잡성과 공제조합의 내부사정 등으로 사실상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주택공급물량이 계속 늘어나고 업체가 고성장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IMF 구제금융 신청으로 자금난과 고금리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아 대부분 업체들이 사업을 축소하는 상황에서는 사정이 정반대가 돼버렸다.
예컨대 주택공제조합에 200억원을 출자했으나 최근 몇년간 한도액의 50% 밖에 사용한 적이 없어 50%의 감자를 요구하는 주택업체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절반의 감자가 이뤄지면 이 회사에는 37억7,000만원의 순현금이 유입돼 숨통이 트이지만 감자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매월 1억700만원, 연간 13억원이라는 금융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자금압박을 받아 파산의 길로 들어설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주택공제조합의 출자금은 재무제표상 부채에 해당돼 신용도 추락에 따른 불이익까지 보게 된다.
정부는 2월에 이미 기업경영이 정상화하면 증원하고 위기에 봉착하면 감원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고용조정제도를 도입했다.
주택공제조합에 대한 증자와 감자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져야 한다. 사업을 확대할 때는 증자하고 마이너스 성장시대를 맞아 축소할 때는 감자도 신축성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절차를 간편화하는 등 제도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주)태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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